최근 학계에서 이 ‘제3의 길’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일어 눈길을 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현대사상’(99년 1호)의 기획특집 ‘우리에게 제3의 길은 무엇인가’.
이 특집의 서문은 이렇다. ‘제3의 길이라는 테제가 외관상으로 명료하지만 실제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모호한 감이 없지 않다.
사실 제3의 길이란 용어부터가 진부한 말이고 게다가 제3의 길을 어떻게 찾아갈 것인가라는 방법론상의 질문에 맞닥뜨리면 이내 막막해지기 쉽다.’
논의의 초점은 ‘제3의 길’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한국 사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등.
황태연 동국대교수는 ‘서구 신중도좌파와 제3의 길’에서 기든스 이론의 취약성을 지적한다. 그는 “엄밀히 말해 신중도좌파 제3의 길에서 계급 계층적 또는 정치 이념적 정체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계급구조라는 심층으로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불분명하고 추상적이며 얄팍하고 절충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과정’이 없고 ‘결론’만 있다는 지적이다.
김광식 21세기한국연구소장은 ‘한국형 제3의 길을 찾아서’를 통해 ‘제3의 길’을 제대로 논하기엔 우리의 정치 경제 현실이 취약하다고 진단한다. 불공정한 시장경제 시스템, 느리기만한 행정부의 개혁, 피상적인 사회복지, 리더십 부재의 후진 정치 등.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는 ‘제3의 길’이 뿌리내리기 어렵다는 말이다.
정수복 크리스챤아카데미 기획연구실장은 건강한 좌파 정당이 존재하기도 어려운 정치 현실에서 ‘제3의 길’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며 ‘제3의 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기든스의 ‘제3의 길’을 뛰어 넘어 문명사적 차원의 새로운 ‘제3의 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바로 생태계의 문제다. 이것은 정치 경제의 패러다임을 생태계 중심으로 바꾸지 않으면 21세기는 한낱 사상누각(砂上樓閣)에 불과할 것이란 경고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