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향기]최승자 「생각은」

  • 입력 1999년 2월 1일 19시 16분


생각은 마음에 머물지 않고

마음은 몸에 깃들이지 않고

몸은 집에 거하지 않고

집은 항상 길 떠나니,

생각이 마음을 짊어지고

마음이 몸을 짊어지고

몸이 집을 짊어지고,

그러나 집 짊어진 몸으로

무릉도원 찾아 길 떠나니,

그 마음이 어떻게 천국을 찾을까.

무게 있는 것들만 데불고,

보이는 것들만 보면서,

시야에 빽빽한 그 형상들과

그것들의 빽빽한 중력 사이에서

어떻게 길 잃지 않고 허방에 빠지지 않고

귀향할 수 있을까.

제가 몸인 줄로만 아는 생각이

어떻게 제 출처였던

마음으로 귀향할 수 있을까.

―시집 ‘연인들’(문학동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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