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죽음과도 친해지자 「티베트의 지혜」

  • 입력 1999년 2월 1일 19시 29분


현대인들은 죽음을 말하지 않는다. 현재의 삶을 전부로 여긴다. 현대인들은 죽음을 부인하도록 교육받았으며 이 생만이 유일하다. 하지만 어떤가. 그대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시체’라 불리우는 바로 그것은 지금 여기에서 그대와 함께 살고 있지 않은가.

왜 우리들은 삶의 무상함에 담긴 헤아릴 수 없는 메시지, 무상함과 죽음 너머에 있는 그 무엇을 심사숙고하지 않는가. 변화하는 삶의 모습이 들려주는 덧없음의 소리를 듣지 않는가. 삶에 스며있는, 그 끊임없는 죽음의 박동소리를 외면하는가.

‘…죽음을 낯설게 여기지 말라. 죽음과 자주 접촉하라. 죽음에 익숙해져라. …죽음을 몸에 익히는 것은 자유를 실습하는 것이다.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더 이상 삶의 노예가 아니다….’(몽테뉴)

티베트 불교의 스승 소걀 린포체의 ‘티베트의 지혜’(민음사).

이 책은 ‘사는 데 너무 바빠’ 삶을 돌볼 겨를이 없는 현대인들에게, 우리의 삶에 열쇠를 쥐고 있는 단 하나의 진실, 죽음의 참된 의미를 들려준다. 삶과 죽음은 둘로 나뉠 수 없는 하나이며 ‘죽음은 삶의 온전한 의미가 반영된 거울’이라는 불교의 가르침을 전해준다.

저자는 바로 우리 자신,우리가 모르는 바로 그 사람, 우리가 평생동안 함께 살아왔지만 결코 만나기를 원하지 않았던 그 ‘낯선 사람’, 깊은 삶의 침묵 속에서 죽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그’에게로 우리를 이끈다. 죽음과 죽어가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실제적인 방법과 수행의 길을 제시한다.

새로 쓰는 ‘티베트 사자(死者)의 서(書)’이자, 위대한 라마들이 가르쳐온 ‘삶과 죽음에 대한 티베트의 지혜’. 가르침은 ‘삶을 알기 위해서는 삶을 내려놓으라’는 한 마디에 녹아든다.

자, 그대는 동전을 꼭 쥐고 있다. 동전은 그대가 그토록 집착하는 그 무엇이다. 그대의 손바닥은 땅을 향하고 있고 팔은 쭉 뻗어 있다. 그대는 계속해서 주먹을 움켜쥐고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않으면 손아귀의 동전을 잃고 말테니까.

그러면 이번엔 주먹의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도록 해보라. 그리고 동전을 쥐고 있는 주먹을 풀어라. 어떤가. 동전은 여전히 당신의 펼쳐진 손바닥 위에 있지 않은가. 동전은 여전히 그대의 것이고 그 주위의 공간도 그대의 것이다. 그대는 주먹을 풀었다. 그리고 동전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삶을 내려놔라. 삶에서 풀려나라. 지나가는 구름을 바라보는 하늘처럼 자유로워져라. 우리의 삶에서 집착의 구름을 걷어낼 때 비로소 태양이 빛나는 하늘을 볼 수 있으리니.

‘자신을 기쁨에 묶어둔 그는

숭고한 삶을 망친다.

기쁨이 날아다닐 때

그것에 입맞추는 그는

영원의 해돋이에서 산다….’

(윌리엄 블레이크)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