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긴장하다’는 어휘도 북한에서는 우리와 달리 ‘매우 긴요하고 절실하다’라는 뜻을 지녀 ‘나라의 철 사정이 긴장한데 좀 더 철을 구해봅시다’는 식으로 쓰인다.
‘마치다’도 우리와 달리 ‘더러운 것을 묻혀 못쓰게 만든다’는 뜻. 북한사람들은 그래서 ‘조심하십시오. 옷 마치겠습니다’고 말한다.
심각한 남북 언어 이질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2년간 북한 문학작품에 나오는 어휘를 정밀 조사해온 국립국어연구원은 최근 그 결과를 담아 ‘북한 문학작품의 어휘’를 펴냈다. 국어연구원이 대상으로 삼은 작품은 70년대 후반에서 90년까지 북한에서 발행된 소설 ‘고난의 행군’‘두만강지구’‘압록강’‘혁명의 려명’ 등 모두 24권(총5천1백여쪽). 이중 우리와 다른 뜻으로 쓰이거나 우리에게 없는 어휘 2천5백여개를 찾아 그 뜻과 예문을 함께 수록했다. 특히 소설에 나오는 언어들이 북한에서 사용되는 일상어라는 점에서 이번 작업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밖의 낯선 어휘들은 다음과 같다.
△송아지동무―소꿉동무. △제끼다―죽여버리거나 없애치우다. ‘내가 최창걸 동무에게 가서 그놈들을 제끼고 오겠습니다.’ △바르다―흔치 않거나 충분할 정도에 이르지 못하다. ‘산모가 젖이 좀 발라 고생하는데….’△조기다―마구 두들기거나 때리다. ‘왜 갑자기 송동무를 조겼는가요?’△탁―마땅히 그래야할 까닭이나 이치. ‘원, 그럴 탁이 있습니까?’△태우다―가쁜 숨을 돌려세우다. ‘가쁜 숨을 태우느라고 헉헉거리며….’△꼬치―하늘에서 성글게 떨어지는 눈송이나 빗방울 같은 것. △비슷하다―상당한 정도로 괜찮거나 훌륭하다. ‘동무가 와서 애인역을 맡아주면 비슷할 것 같다고 말하였다.’△표표하다―얼굴 표정이 몹시 꼿꼿하고 날카롭다. △수표―서명. ‘수표를 해달라는 소리지?’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