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이질화 갈수록 심각… 국립국어硏 어휘조사

  • 입력 1999년 2월 1일 19시 57분


‘우리 아이는 머리가 좋다’는 말을 북한에서는 ‘우리 아이는 골이 좋다’고 한다. ‘공부를 안해 대학에 가기 어렵다’를 북한에선 ‘…대학 가기 바쁘다’고 하고 ‘눈 앞이 캄캄하다’는 말은 ‘눈 앞이 새카맣다’고 한다.

또한 ‘긴장하다’는 어휘도 북한에서는 우리와 달리 ‘매우 긴요하고 절실하다’라는 뜻을 지녀 ‘나라의 철 사정이 긴장한데 좀 더 철을 구해봅시다’는 식으로 쓰인다.

‘마치다’도 우리와 달리 ‘더러운 것을 묻혀 못쓰게 만든다’는 뜻. 북한사람들은 그래서 ‘조심하십시오. 옷 마치겠습니다’고 말한다.

심각한 남북 언어 이질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2년간 북한 문학작품에 나오는 어휘를 정밀 조사해온 국립국어연구원은 최근 그 결과를 담아 ‘북한 문학작품의 어휘’를 펴냈다. 국어연구원이 대상으로 삼은 작품은 70년대 후반에서 90년까지 북한에서 발행된 소설 ‘고난의 행군’‘두만강지구’‘압록강’‘혁명의 려명’ 등 모두 24권(총5천1백여쪽). 이중 우리와 다른 뜻으로 쓰이거나 우리에게 없는 어휘 2천5백여개를 찾아 그 뜻과 예문을 함께 수록했다. 특히 소설에 나오는 언어들이 북한에서 사용되는 일상어라는 점에서 이번 작업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밖의 낯선 어휘들은 다음과 같다.

△송아지동무―소꿉동무. △제끼다―죽여버리거나 없애치우다. ‘내가 최창걸 동무에게 가서 그놈들을 제끼고 오겠습니다.’ △바르다―흔치 않거나 충분할 정도에 이르지 못하다. ‘산모가 젖이 좀 발라 고생하는데….’△조기다―마구 두들기거나 때리다. ‘왜 갑자기 송동무를 조겼는가요?’△탁―마땅히 그래야할 까닭이나 이치. ‘원, 그럴 탁이 있습니까?’△태우다―가쁜 숨을 돌려세우다. ‘가쁜 숨을 태우느라고 헉헉거리며….’△꼬치―하늘에서 성글게 떨어지는 눈송이나 빗방울 같은 것. △비슷하다―상당한 정도로 괜찮거나 훌륭하다. ‘동무가 와서 애인역을 맡아주면 비슷할 것 같다고 말하였다.’△표표하다―얼굴 표정이 몹시 꼿꼿하고 날카롭다. △수표―서명. ‘수표를 해달라는 소리지?’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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