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의 여성발레단장, 토슈즈 함께 신는다

  • 입력 1999년 2월 7일 19시 29분


무용수들의 기량지도에서부터 단체의 살림살이까지 꼼꼼이 챙겨야 하는 ‘슈퍼우먼’. 바로 무용단의 여성 단장들이다.

우리나라의 4개 직업발레단 단장들이 처음으로 한 무대에서 함께 춤을 선보인다. 최태지(국립발레단) 문훈숙(유니버설발레단) 김인희(서울발레시어터) 박경숙(광주시립발레단)단장 예음문화재단 주최로 3월13, 14일 오후6시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열리는 ‘코리아 발레 스타 페스티벌’2부에서 체자레 푸니에의 음악에 의한‘파 드 카트르’(4인무)무대를 함께 수놓는다.

“작년말 처음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을 땐 농담으로 생각했어요. 현역으로 뛰고 있는 문단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스포트라이트 뒤로 물러선 지 4년(김인희)에서 6년(박경숙)이나 지난 상태였거든요. 하지만 무용수로서 서로의 장점을 서로들 너무 잘 알고 있었고, ‘그래 한번 해보자’라는 공감대가 생겨났어요.”(김인희)

워낙 네사람의 친밀감이 유달랐던 터라 계획은 금방 실천에 옮겨졌다. 김단장과 문단장은 같은 나이(63년생)로 중학교 동기동창. 4년 연장자인 최단장과 1년 더 위인 박단장은 국립발레단에서 80년대 나란히 스타급 무용수로 활동했다. 90년대 들어 나란히 ‘30대 단장’으로 역할을 맡게 되면서 네사람은 의기투합하는 사이가 됐다.

“시간을 쪼개 함께 모이는 시간이 많죠. 비슷한 시기에 발레단의 책임을 맡게 된데다 외국의 선진 발레기법을 익히고 온 세대라는 공통점도 있어 아이디어 교환도 활발합니다.”(문훈숙)

첫연습은 지난달 중순. 한국체류중인 러시아의 발레교사 올가 발타치예바 앞에서 네사람은 모처럼 토슈즈를 꺼내 신고 공손히 지도에 따르는 ‘학생’이 됐다.

“연습이 쉬웠냐구요? 천만에요. 문단장을 빼고는 모두 한번씩 앓아누웠는걸요. 힘들지만 조금씩 예전의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습니다.”(박경숙)

네사람은 지금까지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연습을 했지만, 지금 해외 콩쿠르 심사중인 최단장이 돌아오면 연습량을 한층 늘릴 계획이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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