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충북 단양 제천 등지에서도 돌에 새긴 바둑판이 발견된 적은 있으나 가로 세로 선만 새겨진 것이었다. 순장바둑의 특징인 화점표시가 선명하게 새겨진 자연 바둑판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적답사모임인 ‘민학회’회원인 김영복씨는 최근 고적답사를 하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도봉산 자락의 한 계곡가에서 이 자연석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바위에 그려진 바둑판에 앉아보니 시냇가에서 풍류를 즐기며 바둑을 두던 선비들의 모습이 금새 떠올랐다”는 것이 김씨의 얘기.
가로 세로 50㎝크기의 바둑판에는 모두 17군데에 점이 찍혀 있다. 네 귀의 화점과 천원 등 5곳에는 각각 4개의 점이, 변마다 3곳씩 모두 12군데에는 2개의 점이 찍혀 있다. 고유의 순장바둑은 흑백이 각각 8개씩 돌을 놓고 맨 처음에 화점을 놓으면서 시작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 자연석 바둑판이 순장바둑용임이 입증된다.
두 대국자의 앞 자리에는 구멍이 파져 있는데 바둑통 용으로 보인다.
자연석 바둑판을 구경한 민학회 유문룡회원은 “섬세하고 정교한 선각(線刻)을 보면 아마도 비석 글을 파는 일류 각자공(刻字工)에게 맡긴 것 같다.”고 말했다.
발견된 곳은 1백여년 전만 해도 나무가 우거진 계곡. 자연석 바둑판 옆에는 아름드리 돌확이 있어 그곳에 숯불을 지펴 대국자에게 틈틈이 술안주를 만들어 주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기력3급 정도인 발견자 김영복씨는 “희귀한 자연석 순장 바둑판이 훼손될 가능성이 커 당분간 구체적인 위치는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라면서도 “한국기원이나 민속박물관 등에서 영구보존할 뜻이 확고하다면 안내해주겠다”고 말했다. 02―730―5408.
〈조헌주기자·아마3단〉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