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홈비디오10선]「가족 그리고 나」…

  • 입력 1999년 2월 12일 20시 16분


가족이란 언제든 기댈 수 있는 푸근한 안식처이지만 때로는 버거운 구속이기도 하다. 사람에 대한 배려와 사랑도 가족의 품에서 배우고, 사람으로 인한 최초의 상처도 가족에게서 비롯된다. 온 가족이 모인 설날 연휴. 주제는 모두 다르지만 가족이 등장하는 좋은 비디오 10편을 골랐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프랭키 스타라이트’에서는 난쟁이 프랭키가 돌이켜보는 어머니의 기구한 일생과 프랭키의 현재가 중첩되어 펼쳐진다.

끔찍한 불행, 성장하기 위해 겪을 수 밖에 없었던 상실의 아픔조차 이 영화에서는 야단스럽지 않게 묘사된다.

어린 프랭키에게 꿈을 잃지 않도록 격려하고 세상을 가르쳐준 어른들도 한편으론 그에게 상처를 입힌다. 어느 누구도 완전하지 않으며 각자에게는 혼자서 감당해내야 하는 고통의 몫이 있다.

그러나 프랭키의 삶 자체가 말해주듯, 때로는 슬픔도 힘이 된다.

반면 ‘길버트 그레이프’에서는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인생의 희비극이 가족의 일상사안에 모두 녹아있다. 누구 하나 온전하지 못한 가족에게 인생을 저당잡힌 채 허덕이는 길버트. 변화를 꿈꾸지만 새로운 세계로 나갈 가능성을 만나는 순간, 그에게 변화는 또다른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마르셀의 여름’에 뒤이어 지난해 출시된 ‘마르셀의 추억’은 평범한 한 가족의 아름다운 추억과 성장을 그린 프랑스 영화. 추억담에 그치지 않고 어머니와 형제들의 헤어짐, 사별을 알리며 “인생이란 그런 것, 아이들에게 미리 알려줄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마지막 내레이션을 들을 때면 뭉클한 슬픔이 느껴진다. 꿈을 잃어가는 요즘 아이들에게 꼭 보여줘야할 영화.

역경을 극복하는 가족의 이야기도 진한 감동을 전해준다. ‘정복자 펠레’는 낯선 세계에서 고단한 삶을 이겨나가는 부자의 모습을 그린 명작. 아일랜드의 불안정한 시국을 배경으로 한 ‘아버지의 이름으로’와 ‘어느 어머니의 아들’에서는 자식의 고통에 직면한 뒤 더욱 강인해지는 부모의 모습이 그려진다.

청각장애인인 아버지와 딸의 갈등, 화해를 그린 ‘비욘드 사일런스’, 자폐증에 빠진 딸을 치료하기 위한 어머니의 눈물겨운 노력을 담은 ‘카드로 만든 집’도 볼 만하다.

또 기자인 딸과 살인혐의로 구속된 어머니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돌로레스 클레이본’, 아름다운 협곡을 배경으로 두 형제의 서로 다른 인생 행로가 펼쳐지는 ‘흐르는 강물처럼’도 비디오 대여료와 두시간이 아깝지 않을 좋은 영화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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