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의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 두번째 앨범에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과 번스타인 ‘세레나데’를 실었다.
아름다운 음색이 귀를 번쩍 뜨이게 하고 빠른 부분이나 장식음의 표정도 훌륭하지만 아직 풍요한 개성이 드러나지는 않는 편. 한마디로 날렵하되 자유분방하지는 않다. 한번씩 느긋하게 ‘눌러주고’ 지나가는 여유를 맛보기 힘들다. 정경화의 연주를 볼륨감이 뛰어난 브론즈라 한다면 한의 연주는 정교함으로 승부하는 크리스털 같다.
‘한’은 스칸디나비아계에서 흔히 나타나는 성(姓)이다. 커티스 음대에서 야샤 브로드스키를 사사. 소니(02―3488―2845). ★★★☆
▼부닌 쇼팽연습곡▼
불과 넉달전 녹음한 스비야토슬라프 부닌의 쇼팽 연습곡 전곡 음반이 선을 보였다. 10일 내한연주회 프로그램과 동일한 곡목.
힘과 균형, 예민한 루바토(템포의 자의성), 풍성한 볼륨감, 치밀한 설계…. 음울하게 분출하는 쇼팽 특유의 열정이 풍요한 톤 및 섬세한 터치로 손에 잡힐 듯 형상화돼 있다. 모든 점에서 기대보다도 한걸음씩 더 낫게 보여준다면 적절한 표현일까. 그동안 듣고 있던 쇼팽 ‘연습곡’ 다른 음반을 쓰레기통에 던지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일본 도시바EMI가 자국 배포용으로 만든 것. 국내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EMI(02―3449―9423)★★★★★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