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순의 인생풀이]이혼땐 자녀 상처안받게 배려

  • 입력 1999년 2월 18일 19시 11분


▼문

30대 주부입니다. 남편이 술과 도박, 폭력으로 괴롭힙니다. 이혼을 하고 싶은데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상처받을까 두렵고 참고 살자니 하루하루가 괴로움의 연속입니다. 이혼을 하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까요? 나중에 그 아이들이 커서 엄마가 더 참고 살지 왜 이혼을 했느냐고 원망할까 싶어 두렵기도 합니다.(서울 상계동에서 한 주부)

▼답

물론 아이에게 상처가 됩니다. 아이에게 가정이란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환경이고 부모와의 관계에서 인생의 기본적 믿음과 사랑,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심을 배우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혼가정의 아이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경험이 일반 가정의 아이들보다 약 3배가 높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은 이혼보다 부모의 오랜 불화를 보고 자랄 때 더 심합니다. 아이들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거나 반대로 서로 맡지 않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상처를 받습니다. 아이들은 세상의 모든 일을 자기 중심적으로 받아들이므로 부모의 이혼도 자기가 뭔가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에 대한 비난을 공공연히 하는 것도 나중에 아이들이 배우자를 선택할 때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이혼 그 자체보다 이혼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더 상처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이혼을 결심하셨다면 ‘너희들의 문제가 아니라 아버지 엄마의 문제로 인해 헤어지는 것이며 헤어지더라도 엄마, 아빠의 역할은 계속될 것이고 너희를 사랑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설명해주세요. 배우자에 대한 원망이나 비난은 절대 금물입니다.

본인이 정신적으로 힘들 때 조부모가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다면 아이들에게는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

양창순(서울백제병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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