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앙드레 김, 印서 「타지마할 패션」137점 선봬

  • 입력 1999년 2월 18일 19시 11분


소 양 코끼리, 또는 거지 귀족 릭샤(인력거), 가끔은 고물버스도 한데 뒤엉켜 숱한 ‘신앙’의 냄새를 생산하는 인도. 수도 뉴델리의 마우리아세라톤호텔에서는 11일 밤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패션쇼가 열려 그의 작품 1백37점이 선보였다. 인도 세계산업무역박람회 개막 전야제 행사로 인도경제인연합회 초청, ㈜대우 협찬.

“2000년대 패션은 순정과 꿈이 있는 로맨티시즘이 더 강하게 지배할 것이다.”(앙드레 김) 조명숙과 이종희가 비닐로 된 시스루를 입고 나오며 당황스레 시작된 무대는 약간 테크노적이었으나 가슴에 새겨진 금박 꽃 수(繡)와 여러번 겹쳐지며 볼륨을 만들어 내는 스커트의 분위기는 여전히 ‘낭만’. 서머 울과 트위드 소재의 봄여름 컬렉션은 목주위와 소매끝, 주머니 덮개 부위를 보라색 실크 시폰으로 처리한 투피스 슈트와 팔을 노랑 파랑 빨강 등 원색으로 층층이 장식하고 반짝거리는 새틴으로 목둘레를 치장한 검은색 슈트가 주종.

인도 테마. 무굴제국의 황제 샤자한이 왕비 무무타즈 마할의 죽음을 슬퍼해 22년에 걸쳐 만든 대리석 무덤 타지마할. 이런 인도의 역사와 신화도 작품의 모티브가 됐다. 오간디 오간자 등 거칠게 짜여진 옷감 위에 금박과 흰색의 수를 통해 표현. 모델로 나선 인도의 수날리카 오베로이는 “소중한 신화를 입는 것 같았다”면서 “모델의 개성을 억제하는 앙드레 김의 스타일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인도문명의 생명줄인 갠지스강을 흰색 선으로 상징화한 블랙 투피스 슈트는 섬뜩하면서도 우아한 느낌.

로맨티시즘. 크링클 소재로 치마를 뻥 띄우고 가슴에는 녹청색 꽃이 수놓아진 로열 블루톤의 드레스. ‘꿈’처럼 부풀려진 스커트의 볼륨. 약간 달라붙으면서 선이 밑으로 떨어져 실루엣을 자연스럽게 강조한 남색 이브닝 드레스….

한국적 주제. 비단 망토를 휙 열어 젖히자 망토와는 극단의 대조를 이루는 색상의 벨벳 상의와 실크 하의의 드레스가 화려하게 등장. 한복의 질감과 흡사한 느낌의 새틴 오간디 오간자 등 옷감 위에 용과 나비와 같은 한국적 테마를 표현. 이종희가 6겹으로 된 드레스를 녹색 주황 빨강 보라 남색 파랑의 순으로 한 ‘꺼풀’씩 벗었다.

마지막으로 웨딩드레스의 무대. 이 때 흐르는 푸치니의 아리아와 터지는 박수. 앙드레 김은 말했다.

“시처럼 아름다운 꿈과 로맨스, 그리고 판타지가 보이지 않나요?”

〈뉴델리〓이승재기자〉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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