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교통량이 적은 도로인데다 오른쪽으로 굽은 도로성격상 갑자기 나타난 신호등의 적신호를 준수하려면 내리막길에서 급제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통순경이 보이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굽은 길 저쪽에서 기다리던 경찰관이 어김없이 손짓을 한다. ‘함정단속’의 전형이다.
이러한 함정 및 과잉단속 지점은 전국적으로 수없이 많으며 서울시내에만 무려 2백50여곳에 이른다는게 교통의경 출신인 방재수(方在洙·35·서울 관악구 봉천동)씨의 조사결과다. 방씨는 교통에 관한 정보제공(IP)사업을 하기 위해 2년전부터 본격적인 자료수집과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방씨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장 대표적인 과잉단속 유형은 지정차로 위반. 서울시내에서만 1백50여곳이 이런 유형이다. 다음은 신호위반. 차량이 거의 없어 사실상 단속이 불필요한 지역에서 신호위반을 이유로 단속하는 유형이다. 방씨의 분석대상 중 70여곳이 바로 이런 지점. 상대방 차량에 별로 영향을 주지 않는 U턴차량을 잡는 회전위반 등도 있다.
교통경찰관들은 함정 및 과잉단속의 가장 큰 원인으로 ‘딱지 할당’관행을 들고 있다. 짧은 시간내에 위반차량을 많이 잡으려다 보니 ‘사고방지’라는 본연의 목적보다 오히려 함정단속의 유혹에 빠지는 것. 97년 우리나라 교통위반 적발건수는 1천2백54만여건. 97년말 등록차량이 1천41만대임을 감안할 때 차량 1대당 1.2건꼴이다.
반면 97년말 8천7천54만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적발건수는 8백만건 가량. 10대당 1대꼴도 채 안된다.
녹색교통운동의 박은호(朴殷豪)정책실장은 “운전자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경찰관이 서 있어야 위반도 줄어들고 차량소통과 사고예방이라는 단속 본연의 목적도 더 잘 달성된다”고 말하고 “함정단속은 그 자체가 편법일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법의식을 흐리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