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향기]노태맹 「유리에 가서 불탄다」

  • 입력 1999년 2월 21일 18시 42분


이제 유리에서 푸른 강의 은유는 끝났네.

물고기 산중에 매달려 있고

아침이면 가장 높은 곳으로부터

마른 북 울리며 늙은 소 마른 강가로 내려오네.

불길한 괘처럼 태양 속에 별이 뜨고

우리 딱딱한 혀는 얼마나 오래 유리의 은유 견디는지.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적인 유리 나무들 제 마른 팔 부러뜨리고

붉은 새 안간힘으로 둥근 유리의 시간 빠져나가네.

그러나 여기 유리에서 외부는 없네.

마른 북 울리며 늙은 소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물 마른 강가 저녁 얼굴 가리고

부러진 나무 속에 갇혀 우리 불타네,우우

유리에 가서 우리 불타네.

―시집 ‘유리에 가서 불탄다’(세계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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