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는 21일자 문화면 기사로 아주 낯선 미지의 세계에 몰입하고 싶은 사람은 2월6일부터 3월20일까지 파리 필립 카시니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고병진(45)화백의 개인전을 찾아보라고 권했다.
“거대한 캔버스와 종이작업들은 검고 무성한 정글인가하면 거대한 곰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기도 하고 반은 아메바 반은 식물인 형체가 교접하는 듯한 독특한 형태로 가득하다. 고병진이 창조 해 낸 형태의 강렬함은 주목할 만 하며 ‘이방인’이란 전시 주제와도 잘 어울린다”고 이 신문은 소개했다.기사는 “그는 93년 파리시 초대전에서 아주 크고 마티에르가 풍부한, 칙칙한 정글이 우글거리는 작품을 통해 탁월한 작가임을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89년 프랑스에 건너간 이후 개인전은 물론 그룹전에도 참여한 적이 없는 고병진이 파리화단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91년 10월 미술전문지 오퓌스의 편집장이자 파리8대학 교수인 미술 평론가 장 뤽 샬리모를 만나면서 부터. 그의 독창성을 알아 본 샬리모의 추천으로 파리시 초대작가로 선정돼 93년 4월 시립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다. 95년 아미앙시 마티스미술센터에서 초대전을 갖고 필립 카시니화랑의 전속작가로 계약도 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무명화가다.
넓은 캔버스에 흑갈색이나 청회색 안료와 접착제를 섞은 흙을 덧바른 그의 작품은 괴기하면서도 거대한 밀림풍경을 통해 아무도 엿볼 수 없는 인간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