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중소기업 ㈜대덕의 김성식(金盛植)사장. 불과 1년반전 그는 세라믹소재의 신개념 만능조리기 ‘돌삿갓요리박사’를 개발해놓고도 도산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국제박람회에서 획기적인 신기술로 공인받을 만큼 제품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판로를 개척할 수 없었기 때문. 대기업처럼 TV나 신문광고를 하고 싶었지만 자금력이 모자란 일개 중소기업으론 꿈같은 일이었다. 당시 월매출도 3백만원을 밑돌 만큼 사정이 궁색했다.
그러던중 김사장은 중소기업유통센터를 통해 케이블TV홈쇼핑회사인 39쇼핑에서 제품을 홍보할 기회를 얻었다. 기름 없이도 고기를 굽고 국 찌개를 요리할 수 있는 제품성능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자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후 돌삿갓요리박사는 2월초까지 15개월동안 무려 8만9천여개가 팔렸다. 월매출도 1억원을 넘어섰다. 대덕은 현재 신제품 개발과 생산에만 전념하고 시장 개척과 판매는 홈쇼핑에 맡기고 있다.
중소 의류제조업체인 ㈜삼정물산(대표 하창수·河昌壽)도 홈쇼핑 시장을 공략해 재기에 성공한 사례. 중소 의류업체가 백화점에 입점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게 현실. 게다가 의류는 재고처리 문제와 소비자들의 브랜드 의존도까지 겹쳐 판로 개척에 애를 먹는다.
하사장은 설마하는 마음으로 LG홈쇼핑을 찾아갔다. 삼정물산은 가죽과 무스탕의류만 전문 생산하는 업체. 작년 7월 첫 방송에서 무스탕 대체섬유로 개발한 리마원단의 ‘샬롬 리마점퍼’를 소개했다. 방송이 나가자 순식간에 7백장의 주문전화가 밀려 매진사태가 벌어졌다.
현재 삼정은 매달 4천여장의 의류를 홈쇼핑을 통해 팔고 있고 매출은 5배나 증가했다.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자 콧대높던 백화점과 의류매장에서도 주문이 폭주해 제품 납기를 맞추느라 밤낮없이 공장을 돌리고 있다.
4백13개 가구제조업체가 연합해 선보인 공동브랜드 ‘가보로’도 IMF사태이후 회원사가 잇따라 도산하는 아픔을 겪어야했다. 내수시장 침체에다 대리점망과 홍보가 부족한 탓에 소비자들의 인지도는 형편없이 낮았다.
가보로는 작년에 홈쇼핑 시장에 처음 뛰어들었다. 싼 가격과 제품의 우수성을 홍보하자 한 회 방송 때마다 1억원의 매출이 올랐다. 현재 월매출은 평균 10억원. 브랜드까지 널리 알려져 대리점 오픈 문의가 쇄도해 올해안에 전국에서 1백여개의 대리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