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향기]이상희 「가벼운 금언」

  • 입력 1999년 3월 2일 19시 28분


―기적을 믿니?

이렇게 낡은 손으로 쓰는

약속을, 사랑을 너는 믿겠니?

빈 食器를 햇볕에 널고

오늘은 가벼운 금언을 짓기로 한다

하루에 세 번 크게 숨을 쉴 것,

맑은 강과 큰 산이 있다는 곳을 향해

머리를 둘 것,

머리를 두고 누워

좋은 결심을 떠올려 볼 것,

시간의 묵직한 테가 이마에 얹힐 때까지

해질 때까지

매일 한 번은 최후를 생각해 둘 것.

―시집 ‘벼락무늬’(민음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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