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지중해를 건너온 서구적 개념의 밀레니엄 논의는 무의미하다.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한 저 옛날을 생각한다면 우리도 한 5만년 이후를 대비한 담론이 필요하지 않을까.
내 얘기는 원래 허황되기 짝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문화 중심의 창조적 담론을 만들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다. 문화는 근본을 얘기하는 것이다. 우주의식이나 인간의 심층같은것말이다. 태양계를넘어은하계까지확장하라고 제안하고 싶다.
나는 지난해 8월 율려학회를 만들었다. 율려는 동양의 원초적 정신과 문화, 그리고 후천개벽 사상에 기초한 새로운 문화운동이다. 율려의 기본은 전통 음악, 혹은 음악성에서 출발한다. 음악성은 인간 이치의 처음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위기의 시대다. 위기는 새로운 문화의 도래를 의미한다. 인간은 이때 우주를 생각하고 새로운 질서를 생각한다. 새로운 음악 시 춤을 찾고 그로부터 새로운 철학이 나오고 새 정치가 만들어진다. 그것이 사회 변화다. 환경 생명운동으로는 부족하다. 외형의 변화에만 그치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생태계 구원도, 정치 혁파도 불가능하다. 인간이 변해야 한다. 인간을 바라보는 인간의 눈이 변해야 한다.
내 화두는 그래서 마음, 문화, 인간에 대한 관점, 그리고 이에 기초한 정치변화, 경제변화등 다섯가지다. 이게 바로 율려다. 율려는 문화 정신 생명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문화운동이다. 동양의 중심음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이 우주론을 구현하려면 인간에 대한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신인간 즉 새롭게 발견된 인간이 있어야 한다. 신인간은 물질적이면서 정신적이고, 인간적이면서 우주적이다. 바로 모순의 통일이다. 그걸 인식할 때 새로운 주체가 발견되는 것이다.
우주에 대한 착취자로서의 인간이어선 안된다. 천지를 자기의 삶처럼 여기지 않으면 안된다. 천지공심(天地共心)을 회복하자.
▽김병익〓엄청난 이야기다. 뭔지 잘 모르겠다는 걸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해가 가는 듯도 하지만 우주론까지 나아가니 혼란스럽고 난감하다.
그리고 지금의 사회 저변은 김지하선생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가는 것이 아닐까. 생명 복제로 생명관 인간관이 변하고 있는데 이것이 어떻게 형이상학적 철학적 생명관과 만날 수 있는지, 또 어떻게 구체성을 획득할 수 있는지, 내 사유체계로는 난감하다. 개념이나 내용에 있어 평범한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지하〓아픈 데를 찔렀다. 그러나 생명복제 문제의 경우, 이것은 영적인 생명관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정리〓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