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5∼28일 서울 성북구 돈암동 활인극장. 무려 50여개팀이 참가, 실험연극 비디오영화제를 비롯해 언더그라운드밴드 공연, 록과 무용과의 만남 등을 펼친다. 매주 토요일에는 오후 5시부터 이튿날 새벽 5시까지 밤샘 공연이 이어진다.
이들의 ‘무기’는 문화 게릴라 특유의 실험성과 우리 사회에 대한 도발적 문제 제기다.
‘대지의 딸들’을 공연하는 연극그룹 여행자는 새로운 연극 화법을 추구한다. 소리 움직임 즉흥을 연극의 새 언어로 개발하고 있으며 공연 제작도 흥행보다 배우들의 창의성을 앞세운다.
‘십만원 비디오영화제’에 참가한 영화 마니아들은 6, 8㎜ 비디오로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이나 현대사회의 불안한 심리를 포착했다. 일반 극장에서는 볼 수 없는 도전적인 고발로 가득차 있다. 십만원은 저예산의 상징적 의미.
가관은 허유미 등 이화여대 무용과 출신 동기생 4명이 모인 팀. “학교나 특정 단체에 소속되면 자유분방한 창작이 어렵다”며 도제식 교육이나 연고주의를 거부하는 이들은 거친 록과 무용을 조화시킨 ‘백일몽’을 내놓는다.
‘회전하는 원을 그리다’를 선보이는 김동섭과 김효진은 대극장보다 소극장에 더 어울리는 작품 성격 때문에 참가했다. 김동섭이 전자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면 김효진은 우주의 에너지 파동을 춤으로 표현, 관객과 교감한다.
이밖에 대중음악 진영에서는 인디레이블, 강아지문화예술, 어어부밴드 등이 참가한다.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중심으로 한 ‘오프 시어터’에서 관객들은 일탈의 통쾌함과 새로운 대안(代案)문화 제시를 통한 다양한 문화 스펙트럼을 체험할 수 있을 듯하다. 또 각계 언더그라운드 문화 집단이 이처럼 한자리에 모여 ‘저지름의 미학’을 동시 다발로 펼치는 것은 서구에서도 드물다.
연극평론가 최준호씨(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는 “오프 시어터는 기존의 제도 관행 자본에 얽매인 채 예술 활동을 하고 싶지 않다는 주장이다. 작품성의 키를 재기보다 참가팀들의 발언과 개성있는 표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