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명창 안숙선,적벽가 동편제 완창음반 선보여

  • 입력 1999년 3월 3일 19시 20분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으로 소리를 했지요. ‘적벽가’는 한폭의 옛 그림과 같습니다. 이루 형용할 수 없이 웅장하면서 지극히 섬세한 면도 있지요. 마치 그림의 원근법(遠近法)같잖아요.”

‘국악계 수퍼스타’안숙선이 가장 남성적인 판소리 ‘적벽가’ 완창음반을 냈다. 97년 출반된 ‘춘향가’에 이은 두번째 완창 음반.

‘삼국지’ 적벽대전 장면을 판소리로 만든 ‘적벽가’는 장수들의 쩌렁쩌렁한 호령과 유혈낭자한 전투장면이 눈으로 보는 것처럼 그려져 가장 웅대한 작품으로 꼽힌다.

그가 두번째 완창 앨범으로 ‘적벽가’를 택한 것은 이 작품과의 남다른 인연 때문. 안명창은 어려서 소리꾼 강도근에게 ‘적벽가’를 배우며 소리의 기본을 익혔고, 이후 명창 박봉술의 지도로 동편제 ‘적벽가’를 꾸준히 연마했다. 이번 사용된 판본도 박봉술의 동편제를 이어받은 것. 동편제 ‘적벽가’는 밀고 당기는 음악적 표현이 뛰어나며 다양한 인물의 고뇌와 슬픔이 깊게 우러나는 특징을 갖고 있다.

86, 91년 두차례 국립극장에서 여자로서는 처음 ‘적벽가’ 완창을 선보였던 안명창은 녹음기간동안 하루 세시간씩만 소리를 하며 하루 녹음하고 이틀 쉬는 등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 애썼다고 말했다.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어요. 남자는 함성으로 뚫고 나가는 맛이 있지만 여자는 근본적으로 소리가 다르잖아요. 우렁찬 맛은 좀 떨어질 지 몰라도 배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끌어내 본래의 맛을 살리려고 애썼습니다.”

안명창은 “병사가 부모를 생각할 때는 진양조를, 부인을 생각할 때는 중모리를, 자녀를 생각할 때는 중중모리로 표현하는 등 내용과 가락이 잘 맞아떨어지는 것도 ‘적벽가’만의 묘미”라고 설명했다.

음반은 CD 세장과 대본, 주석이 곁들여진 해설지를 담고 있다. 삼성뮤직. 02―3458―1236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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