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아줌마의 상반신 전면을 통해 ‘자녀를 다 키운 뒤 시간과 경제적 여유를 느끼는 40대 이후의 한국여성’ ‘아줌마(Adjumma)’집단의 존재와 의미를 탐구한다. “아줌마는 그냥 보기만 해도 그 정체성이 그대로 느껴진다”는 것이 오형근의 말. 사진속의 아줌마들은, 의상 장신구 헤어스타일 화장 등으로 ‘누가봐도 아줌마 그 자체’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사진의 타이틀도 그런 식이다. ‘진주목걸이를 한 아줌마’ ‘압구정동 스타일의 아줌마’ ‘싸움잘하게 생긴 아줌마’ ‘보험 아줌마’ ‘왠지 남편과 불화가 있을 것같은 아줌마’ ‘말안듣는 애가 있을 것 같은 아줌마’등.
이들 아줌마는 남들 특히 남성들의 눈에 더이상 여성으로 보이지 않지만 어머니보다 강하고 아내보다 무서운 모습으로, 이 세상에 겁낼 것이 없다는 듯 당당한 얼굴이지만 자식과 가족에게는 한없이 약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제3의 성(性)’이다. 연극 ‘손숙의 어머니’의 손숙같은, 영화 ‘마요네즈’의 김혜자같은, CF속에서 지붕위를 뛰고 구르는 전원주같은 아줌마….
작가는 아줌마 사진을 96년부터 찍어왔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아줌마들이 중년의 너그러움과 소외감, 소녀의 불안을 한몸에 지니고 있어 곤혹스러웠다”고 말한다. “일상속에서 항상 존재하지만 사회적으로는 부재(不在)하는 아줌마를 사진으로 담론화시키고 싶었다”는 기획의도를 지니고 있다.
문화평론가 백지숙씨는 오형근의 사진에 대해 “아줌마에 대한 공감과 불편한 느낌 두가지를 함께 엮어서 볼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한국의 ‘특별한 여성집단’에 대한 문화적, 사회학적 탐구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뜻깊은 작업이라는 평이다.
오형근은 서울 영동고를 나와 미국 캘리포니아주 브룩스 사진대학, 오하이오대 예술대학원에서 사진과 영화를 전공했다. 유학시절 미국의 허상을 평범한 얼굴사진으로 꼬집었으며 서울의 하루를 기록한 다큐영화 ‘한 도시 이야기’에서 사진감독을 맡기도 했다.
〈허 엽기자〉heo@donga.com
▼작가의 의도 ▼
전시작은 모두 아줌마 상반신의 전면을 정사각형에 담았다. 인물을 정사각형에 담은 이유는 외부와 고립시킴으로써 인물의 특징을 더 잘 드러낼 수 있기 때문. 사진은 모두 뒷면과 밑부분을어둡게 처리해 특징을 강렬하게 드러내려 했다.
전시는 단순히 개별 아줌마 사진을 하나씩 보여주는 게 아니다. 26점을 늘어놓아 ‘반복의 효과’를 의도했다. 반복하면 할수록 피사체의 특징이 희석되는 것이다. 일례로 국가 원수의 초상을 하나만 걸어놓으면 시선이 집중되지만 여러개 걸어놓을 경우 집중력이 흩어지거나 희화되기도 한다.
아줌마 사진을 여러점 늘어놓는 것도 겉으로 본 정체성을 희석하면 과연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을 던지는 행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