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 이사람]「이발소 그림」펴낸 미술교사 박석우씨

  • 입력 1999년 3월 8일 19시 10분


“여러분, 왜 상업적인 그림을 ‘이발소 그림’이라고 그러는지 아세요? 이발소라는 공간은 과거 서민들이 쉽게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었지요.”

최근 ‘이발소 그림’(동연출판사)이란 책을 펴낸 서울 중산고등학교 미술교사 박석우씨(37). 그는 수업시간에 순수 회화 외에도 자신이 직접 수집한 민화와 이발소 그림을 놓고 학생들에게 대중 미술사를 가르친다.

“이발소 그림은 싸구려 복제품으로 예술의 축에도 끼지 못하는 분야로 치부돼 왔지요. 그러나 미술관의 ‘갇힌 미술’과는 달리 그 시대 대중의 정서와 체온이 담긴 ‘생활미술’이라고 봅니다.”

박씨는 지난 10년여 동안 전국을 돌며 이발소 그림을 연구했다. 아침부터 이발소에 들러 이발은 하지 않고 걸린 그림에 대해서만 물어보다가 ‘재수없다’고 쫓겨난 적도 여러 번. 목욕탕 벽화의 경우 남탕의 ‘나이애가라 폭포’ 그림은 찍기 쉬웠지만 여탕의 ‘백조’ 그림은 1년여 동안 목욕탕 내부공사를 기다려 겨우 찍을 수 있었다. 이렇게 찍은 사진이 1만여장.

9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이발소그림 수집에도 나섰다. 한 점에 2만∼3만원 하는 싼 그림이었지만 주인들은 절대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 대부분 “돈을 벌게 해준 그림”이라며 거절.

그는 이발소 그림을 주제로 인하대 미술교육학과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따기도 했다.

“우리의 이발소 그림은 외국의 ‘키치’미술과는 다릅니다. 전통적인 미술양식에 반발, 의도적으로 촌스럽고 조악한 그림을 시도한 서양의 키치미술보다는 오히려 기복적인 성격을 띤 조선시대 민화에서 그 전통을 찾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박씨는 오는 7월부터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자신이 수집한 이발소 그림 1백50여점으로 ‘이발소에서 미술관까지’란 제목으로 전시회를 연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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