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위는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극장 한국예술종합학교 국립국어연구원 등 4곳을 민간인 기관장의 책임운영하에 예산의 국고지원을 줄여나갈 기관으로 분류했다. 국립극장과 예술종합학교는 책임운영기관화 이후 민영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문화계는 국립극장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을 책임운영 기관화한다는 방안에 크게 반대하고 있다. 정작 구조조정이 필요한 문예진흥원 같은 조직은 그대로 둔채 국가 문화정책의 근간이 되는 공공조직들을 책임운영 기관화하겠다는 발상은 본말이 전도된 것.
예술종합학교 전체교수회의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단지 수익성과 효율성 제고라는 측면만을 강조하는 ‘폭력적인 경제논리’를 획일적이고 무차별하게 문화교육기관에 적용했다”고 비난했다.
또 국립국어연구원과 국립도서관 역시 공공기관에게 수익사업으로 돈을 벌어 운영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심재기 국어연구원장은 “물론 경영마인드를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연구의 실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도입해야지 덮어놓고 돈 버는 경영을 하라는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들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이 지탄의 대상이 되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국립도서관은 본래의 기능보다 수험생들을 위한 독서실처럼 운영되고 있다. 예술종합학교도 그간 배출해낸 학생들이 직업예술가로 자리잡기보다는 다시유학을 떠나거나 취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문화예술인들의 모임인 ‘21세기 문화광장’ 탁계석 대표는 “예술종합학교 배출학생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은 종합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인프라가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 조직개편안이 강행된다면 이는 순수예술, 학문의 가치가 경제논리에 희생되는 대표적 사례”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오히려 전문성도 없고 진흥기금을 지원한뒤 평가도 제대로 하지 않는 문예진흥원같은 기관이 경영마인드를 도입하고 책임운영기관으로 정해져야 할 대상”이라고 꼬집었다.
문화관광부 고위 관계자는 “8일 기획위의 발표이전 예술종합학교를 비롯, 3개 기관의 책임운영기관화를 반대하는 의견을 여러차례 제시했지만 묵살됐다”며 “현재 정부의 안이 확정된 것이 아니므로 문화계의 입장이 관철될 기회는 남아 있다”고 했다.
문화관광부는 올 1월까지 산하단체 24개의 조직개편을 단행해 인원을 29.3% 줄였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