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세브란스병원은 ‘첫 밀레니엄 베이비’에게 평생진료권 분유 기저귀 등을 선물하기로 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강남차병원은 여기에 부모선물 유아용품을 얹어주겠다고 나섰다. 차병원에 따르면 새밀레니엄의 첫아이를 낳는 방법에 대한 문의전화가 하루 20∼60통에 이른다는 것. 일부병원은 ‘밀레니엄 베이비를 낳으려면 3월말∼4월중순에 성관계를 가져라’ 식으로 ‘잉태지침’까지 내놓고 있다.
새 밀레니엄 첫베이비를 낳으려는 젊은 부부의 의욕과 병원측의 홍보전이 맞물릴 경우 ‘첫날 첫시’에 엄청난 숫자의 아이들이 태어날 수 있다. 전국의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로 동시에 뉴밀레니엄베이비 ‘1호들’을 쏟아낼 수 있기 때문. 국내 제왕절개 분만율은 영국의 3배 이상인 36%.
서울C병원의 경우 분만실(자연분만) 5개, 수술실(제왕절개) 8개. 따라서 이 병원에서는 ‘이론적으로’ 13명의 동시분만이 가능하다. 서울J종합병원의 경우 수술실 4개에 분만실 8개.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국내 산부인과의사는 3천여명. 결국 ‘지침’대로 잉태하고 ‘그날 그시간’전에 병의원에 임신부가 몰려와 산부인과의사들이 모두 나선다면 3천여명이 동시에 태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홍보에 적극적인 병원측은 1월1일이 공휴일이어서 제왕절개가 많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일부 병원의 ‘홍보’에 대해 지나친 상술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고려대안암병원 이규완(李揆琓)교수는 “예정일에 아기를 순산할 확률은 5%에 불과하다”면서 “병원에선 산모와 아기의 건강에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밀레니엄베이비 1호’의 정의(定義)에 대한 논란도 있다. 제왕절개는 제외하고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경우에만 ‘1호’로 인정하자는 의견과 둘다 인정하자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제왕절개도 인정할 경우 병원측의 ‘TV카메라 유치경쟁’이 빚어지고 TV카메라가 대기할 수 있어 시청자가 ‘리얼타임’으로 ‘1호’의 탄생을 접할 수 있다. 자연분만의 경우 ‘시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역술인들은 첫 밀레니엄 베이비의 사주가 ‘별로’라고 풀이. 혜성역학원 윤태현(尹太鉉)원장은 “음력 11월25일 자시(子時)인데 남자는 능력에, 여자는 남편복에 다소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한여성역술가는“남성은 신경질환의 우려가 있고 여성의 경우 중년 이후 운(運)은 의문”이라고 풀이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