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 밀레니엄 베이비 「1호 쟁탈전」

  • 입력 1999년 3월 12일 18시 33분


2000년 1월1일 0시. 새 밀레니엄의 ‘첫날 첫시’에 태어날 ‘뉴밀레니엄 첫베이비’는 몇명이 될까.

연세대세브란스병원은 ‘첫 밀레니엄 베이비’에게 평생진료권 분유 기저귀 등을 선물하기로 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강남차병원은 여기에 부모선물 유아용품을 얹어주겠다고 나섰다. 차병원에 따르면 새밀레니엄의 첫아이를 낳는 방법에 대한 문의전화가 하루 20∼60통에 이른다는 것. 일부병원은 ‘밀레니엄 베이비를 낳으려면 3월말∼4월중순에 성관계를 가져라’ 식으로 ‘잉태지침’까지 내놓고 있다.

새 밀레니엄 첫베이비를 낳으려는 젊은 부부의 의욕과 병원측의 홍보전이 맞물릴 경우 ‘첫날 첫시’에 엄청난 숫자의 아이들이 태어날 수 있다. 전국의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로 동시에 뉴밀레니엄베이비 ‘1호들’을 쏟아낼 수 있기 때문. 국내 제왕절개 분만율은 영국의 3배 이상인 36%.

서울C병원의 경우 분만실(자연분만) 5개, 수술실(제왕절개) 8개. 따라서 이 병원에서는 ‘이론적으로’ 13명의 동시분만이 가능하다. 서울J종합병원의 경우 수술실 4개에 분만실 8개.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국내 산부인과의사는 3천여명. 결국 ‘지침’대로 잉태하고 ‘그날 그시간’전에 병의원에 임신부가 몰려와 산부인과의사들이 모두 나선다면 3천여명이 동시에 태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홍보에 적극적인 병원측은 1월1일이 공휴일이어서 제왕절개가 많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일부 병원의 ‘홍보’에 대해 지나친 상술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고려대안암병원 이규완(李揆琓)교수는 “예정일에 아기를 순산할 확률은 5%에 불과하다”면서 “병원에선 산모와 아기의 건강에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밀레니엄베이비 1호’의 정의(定義)에 대한 논란도 있다. 제왕절개는 제외하고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경우에만 ‘1호’로 인정하자는 의견과 둘다 인정하자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제왕절개도 인정할 경우 병원측의 ‘TV카메라 유치경쟁’이 빚어지고 TV카메라가 대기할 수 있어 시청자가 ‘리얼타임’으로 ‘1호’의 탄생을 접할 수 있다. 자연분만의 경우 ‘시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역술인들은 첫 밀레니엄 베이비의 사주가 ‘별로’라고 풀이. 혜성역학원 윤태현(尹太鉉)원장은 “음력 11월25일 자시(子時)인데 남자는 능력에, 여자는 남편복에 다소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한여성역술가는“남성은 신경질환의 우려가 있고 여성의 경우 중년 이후 운(運)은 의문”이라고 풀이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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