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전 그렇게 진저리치며 고향 제주도를 떠났던 작가 현기영(58). 그러나 이제 흰머리를 날리며 귀향했다.
그가 다시 찾은 고향은 관광지 제주도가 아니다.
유년시절 마치 지느러미 달린 물고기처럼 벌거숭이로 쪽빛 바다를 자맥질하던 먼 시간 저편의 제주도다.
그의 성장체험이 생생하게 드러난 자전적 장편소설. 여섯살박이가 목격한 참혹한 4·3의 정경. ‘…드디어 광장에 목 잘린 머리통들이 등장했다’. 훗날 그가 ‘순이삼촌(78년)’ 등의 작품으로 4·3을 폭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짐작케 한다.
살육의 공포때문에 말더듬이가 됐던 작가를 치유한 것은 고향의 자연과 사람들이었다.
달력그림처럼 묘사돼온 제주도의 비경이 제주사람인 작가의 목소리를 통해 비로소 사람과 역사가 녹아있는 아름다움으로 오롯이 살아난다. 실천문학사. 8,000원.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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