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다매체시대 「그림의 생존법」찾기展 눈길

  • 입력 1999년 3월 21일 18시 26분


TV 사진 컴퓨터 영화 비디오 등 온갖 매체를 통해 다양한 형상과 이미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시대에 화가들의 ‘그리기’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 또 예술분야에서도 대량생산이 가능한가.

이 질문을 던지는 두 전시가 잇달아 열린다. ‘그리기 그리기전’(17일∼6월13일·대전 한림미술관)과 ‘디지털 작품전’(24일∼4월1일·서울 예술의전당 미술관).

‘그리기 그리기전’에는 회화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태도를 지닌 국내 화가 10명과 프랑스화가 5명이 나선다. 과거에 유일하게 이미지를 생산한 회화가 요즘에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또 어떻게 바뀌어야하는지를 생각케 하는 전시회. ‘디지털 작품전’은 컴퓨터로 복제한 작품들과 컴퓨터로 창작한 작품들을 전시한다. 예술작품의 대량생산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를 담고있다.

‘그리기 그리기전’에 출품한 작가들은 ‘그리기’에 대한 믿음과 냉소를 함께 보여 준다. 김동유의 ‘채집방법’은 꽃과 화병만 있던 이발소 그림을 구해 그 위에 나비들을 새로 그린 작품.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죽은 그림’에 새 생명을 불어넣자는 의도를 담았다.

작가는 “회화는 앞으로도 새 영역을 찾아 스스로의 값어치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프랑스 작가 구엔 루빌루아는 그림에 비닐포장을 한 작품 ‘착한 나라의 소유지’를 출품했다. 회화작품은 존귀하지 않으며 비닐에 싸가는 진열대의 상품과 다를 바 없다는 냉소를 그려냈다.

‘디지털 작품전’은 예술작품의 생산과 유통문제를 다룬 전시회. 민화나 유명작가의 작품을 컴퓨터로 복제한 그림과 컴퓨터로 창작한 그림 2백30점이 전시된다. 사람의 손을 거치고 적은 양을 만들었던 예술방식을 바꾸어 대량유통과 가격저렴화를 지향하자는 것. 복제품을 만들 경우 저작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가 남는다. 또 복제품을 예술작품으로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이두영 한국디지털미술협회장은 “이제부터 붓과 물감은 컴퓨터로 대체된다. 이 것은 곧 대량생산의 유통혁명이 일어난다는 의미다”고 말한다. ‘그리기 그리기전’ 042―222―1211.‘디지털 작품전’ 02―3417―2121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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