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禪 알리는 「파란눈 포교사」…하버드출신 현각스님

  • 입력 1999년 3월 22일 18시 51분


『선(禪)이란 ‘트루 셀프(true self, 진아·眞我)’를 찾는 과정입니다. 진리는 어떤 지식이나 경전, 부처상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마음 속에 있기 때문이죠.』

21일 오후3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법화정사. 푸른 눈의 젊은 외국 스님이 영어로 한국불교의 정수(精髓)인 ‘선’을 강의하고 있었다.

법당 안을 가득메운 대학생과 외국인, 수도자, 신도 등 2백여 청중들은 웃음 속에 진행되는 강의와 질의응답을 들으며 심오한 선의 세계에 빠져 들어갔다.

강사는 현각(玄覺·35)스님. 미국 예일대에서 서양철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 신학대학원에서 비교철학을 전공했다. 그가 한국불교에 심취, 전세계에 한국 선을 알리는 포교사로 변신한 것이다.

“화두를 갖고 참선 수행하는 선불교 본래의 전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은 한국이 거의 유일합니다.”

92년 중국 조계산 남화사에서 출가한 그는 유럽 티벳 인도 등 14개국을 돌아다니며 수행했다. 최종 수행지로 택한 곳은 한국. 사회주의를 겪은 중국이나 대처승(帶妻僧)제도가 자리잡은 일본에서는 선불교의 전통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 94년 한국에 온 현각스님은 그동안 선수행과 한국불교를 소개하는 영문서적 저술에 전념해왔다. 지난해 11월말부터 1백일 동안 지리산 천은사 상선암에서 토굴수행을 하기도 했다.

서양 지성인들 사이에서 불교와 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는 이유에 대해 현각스님은 “물질로 채울 수 없는 마음의 허무 때문”이라고 설명. 그러나 한국의 선불교는 지금까지 서양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92년 그가 수학하던 당시 하버드대 도서관에 중국불교 서적이 3천여권, 티벳불교는 2천8백여권, 일본은 2천5백여권이 소장돼 있었지만 한국불교 서적은 고작 5권 뿐이었다는 것.

현각스님은 영어로 선불교를 설명한 ‘선의 나침반(Compass of Zen)’이란 책을 저술해 미국에서 큰 화제를 낳았다. 숭산스님은 “현각스님은 다양한 분야에 해박하고 문체도 유려해 한국의 선을 서양인들에게 쉽게 전달해줬다”고 평가했다.

법화정사에서 4개월간 계속될 현각스님의 영어강의도 ‘선의 나침반’을 교재로 진행된다. 매주 일요일 오후3시. 02―326―1331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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