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사린다
“실수로 책잡히면 직장생활이 짧아질 게 뻔한데 조심할 수밖에 없죠.” 롯데백화점 김기선계장(31)은 ‘오너가 아닌 이상’ 누구도 자신의 말과 행동이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두세차례 성희롱예방교육을 받고 나서 남자직원끼리 “그 거 성희롱이니 조심해라”고 얘기하는 경우도 잦아졌다. A사의 박희연씨(29)는 컴퓨터마우스를 쥔 손 위에 손을 올려놓는 동료에게 ‘뼈있는 농담’을 할 수 있게 됐다. 회사에서 인터넷 음란물을 보면서 “무슨 상관이냐”던 직원도 태도를 바꿨다.
술자리 문화도 달라지는 기미. B사의 김무현과장(36)은 회식자리에서 여직원에게 술 따르라는 부장더러 “부장님, 성희롱에 걸립니다”고 했다. 농담처럼 말했는데도 알아듣는 눈치였다.
▼여전하다
C사의 이지연씨(27)는 성희롱이 ‘권력의 문제’임을 실감한다. 결재 받으러 가면 상사가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말 없이 웃는 것이나 단란주점에서 블루스를 강요하는 것이 여전하기 때문. 음담패설을 해대는 직원 때문에 회사다니기 싫을 정도였던 D사 서정원씨(28)도 이 법에 별 기대를 걸지 않는다.
▼남성희롱
여성 상사에 의한 남성 성희롱도 있다. 외국계 E사의 30대 여사장는 지금도 회식 자리에서 어린 남자직원을 양옆에 앉히고 머리나 어깨를 자연스럽게 쓰다듬는다. “처음에는 민망해하던 남자들도 상사의 성향대로 적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한 직원의 말.
직원 1천명 규모인 F사의 한 30대 중반 여직원은 잘생긴 남자 신입사원만 골라 여자친구들과의 술자리로 불러낸다. 그리고 옆에 앉힌 뒤 술을 따르게 하고 수시로 기댄다. 친구들은 진한 농담을 해댄다.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