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업무보고 비판]『출판등 순수문화 진흥책없다』

  • 입력 1999년 3월 22일 19시 28분


신낙균(申樂均)문화관광부장관이 22일 국정개혁보고에서 영상 게임 등 문화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예산 2천5백억원을 출연하겠다고 밝힌 것은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겨냥한 적절한 대응으로 평가받을 만한다.

정부는 △6개 영상전문투자조합 설립 지원 △게임 아카데미 개설 △방송사 외주제작비율 확대 등을 통해 문화산업을 2000년대 국가기간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정책을 명백히 했다.

그러나 문화계 인사들은 “정부의 문화정책이 지나치게 영상 게임 등 ‘돈되는 문화상품’에만 쏠려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21세기 지식 정보화사회의 인프라이자 ‘뿌리’인 출판부문과 그 ‘줄기’로 일컬어지는 순수예술 공연에 대한 진흥책이 없이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영상산업에만 집중 지원을 했다는 것. 소설가 이문구(李文求)씨는 “할리우드 영화 ‘쥐라기공원’에도 원작 소설이 있었다. 출판문화진흥이라는 기초를 무시하고 가시적인 효과에만 치중했다”고 비판했다.

출판산업은 문화부가 집중 육성대상으로 설정한 7대 문화사업 가운데 하나. 그러나 이날 발표한 진흥책은 공익자금 40억원을 지원해 출판금고를 확충하고 2002년까지 출판물류유통센터를 설립하며 국립 어린이도서관을 짓겠다는 정도에 불과하다. 출판계의 숙원과제인 도서관 및 독서진흥기금 출연이 올해도 무시됐다.

김언호(金彦鎬)한국출판인회의회장은 “애니메이션 역시 손재주의 문제가 아니라 두뇌의 문제”라며 “양서 발간과 유통구조 개선에 최소한 매년 5백억원씩 10년간을 정부가 지원해야 출판이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출판량은 세계 10위권이지만 독서량은 세계 하위 수준. 공공도서관은 3백70여개에 장서는 1천만권에도 미치치 못한다. 일본은 공공도서관만 2천여개. 1억9천여만권의 장서가 있다.

박석원(朴石元)한국미술협회이사장도 “순수예술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은 창작 의지를 꺾는 처사”라고 지적했으며 연극연출자 윤호진(尹浩鎭·에이콤대표)씨는 “근본적 문화예술진흥정책은 없이 행사 위주의 허황된 숫자 발표뿐”이라고 비판했다.

〈김희경·이광표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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