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남희석(28)의 호출기에 담겨있던 인사말이다. 그의 개그 패턴이자 ‘펀’(Pun·언어유희).
하지만 그는 요즘 싱싱하다. 이홍렬에 이어 김국진마저 재충전을 위해 떠나버린 개그계에 ‘패자(覇者)’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전유성―서세원의 대를 잇는 ‘버벌(Verval·말)개그의 적장자’라는 평을 듣는 그다. 최근 버벌개그는 기존 콩트코미디를 쓸어낸 상황. 수많은 개그맨들이 말로 승부를 걸지만 그중 남희석이 선두라는 얘기다.
KBS2‘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과 SBS ‘좋은 친구들’‘멋진 만남’등에서 그가 융단폭격식으로 구사하는 말재간은 보는 이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한다. “스테이크를 얼마나 익힐까요”라는 웨이터의 질문에 손님이 ‘미디엄(중간정도)’했더니 곧장 “내가 미디음(믿음)이 가게 해주세요”라는 멘트가 동반손님인 그에게서 나오고 “적포도주가 몇도나 되느냐”는 질문에는 ‘설운도(度)’로 화답하는 식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순발력의 비법을 물었더니 독서라고 대답한다.
“전유성선배가 어느날 방송국 서점에서 책 20권을 무작정 안기더라구요. 시간없다고 했더니 무조건 짬을 내라는 주문이었습니다.”
버벌개그에 필수인 어휘력 확장에 직효라는 설명. 때때로 책의 문구를 변형해 상황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하기도 한다.
“‘나비가 왜 똑바로 못나는 줄 아는가. 꽃향기에 취했기 때문이다’. 소설가 이외수의 ‘감성사전’에 나오는 말이죠.”
남희석은 이 문구를 얼마전 ‘멋진 만남―못말리는 데이트’에서 파트너에게 “난 지금 갈 지(之)자로 걷고있어요. 당신의 향기에 취했기 때문이죠”라는 문구로 기막히게 변형시켰다.
두세명의 스타에만 의존, 수많은 중견개그맨들을 거리로 내몰고있는 현 방송가의 버라이어티 개그시스템이 ‘이대로∼’였으면 할텐데 뜻밖에도 남희석은 고개를 저었다.
“개그는 관객의 피부에 닿아야 합니다. 막간에 객석에 달려가 하회탈표정 등 ‘몸’으로 웃겨 보는데 관객의 반응이 근본적으로 달라요.저도 갈증이 ‘확’풀리죠”
그는 “몸으로 치고받는 원형(原型)코미디에 대한 치기어린 향수는 아니다. 당분간 현 포맷을 유지하겠지만 언젠가는 ‘몸반(半)말반(半)’의 코미디를 부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