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 「보험사기」 적발… 22명가담 10년간 8억 타내

  • 입력 1999년 3월 25일 19시 12분


부부 자식 동서 올케 등 온 가족과 친인척이 짜고 시중 26개 보험사 3백98개 상품에 가입한 뒤 교통사고 안전사고 등을 위장해 10년에 걸쳐 8억3천여만원을 타낸 ‘가족형 보험사기단’ 22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25일 치료비 등 명목으로 보험사로부터 35차례에 걸쳐 14억여원을 청구해 8억3천여만원을 타낸 혐의(상습사기)로 김모씨(44·여)와 김씨의 남편 조모씨(56·무직), 딸(23·S여대 3년·휴학) 등 김씨의 가족과 친인척 7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김씨의 부탁을 받고 위장사고의 피해자인 것처럼 신고해 보험금을 타낸 김씨의 올케 박모씨(56·여) 등 10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입건하고 달아난 김씨의 아들 조모씨(25·무직) 등 5명을 수배했다.

경찰조사결과 김씨 등이 가입한 3백98개 보험상품의 최고보상액은 무려 5백55억여원으로 학생을 제외하고 모두 무직인 김씨 가족 5명이 지출한 월 보험금만도 1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경찰은 이들이 9년 2개월간 35차례의 위장사고에 대한 보험금을 청구하면서 보험사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추돌과 충돌, 주차 중 사고 등 각종 차량사고와 계단에서 굴러떨어지기, 스키장에서 넘어지기, 도난사고 등 다양한 형태의 사고로 위장했다고 밝혔다.

김씨 등은 지난해 의심을 품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보험사 직원을 형사고소하는 등 다툼을 벌이다 결국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김씨가 위장사고로 타낸 수억원을 10여개의 금융상품에 투자했으며 대학교에 다니는 딸에게 중형승용차를 사주고 고급 룸살롱에 자주 드나드는 등 호화사치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이들이 다친 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진단서와 진료비 청구서 등을 떼준 K병원 등 7,8개 병원이 이들과 공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K병원 의사 이모씨와 사무장 손모씨 등 3,4명을 추가로 소환조사키로 했다.

〈하종대기자〉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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