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르 트리오, 내한공연…베토벤 피아노곡 연주

  • 입력 1999년 3월 29일 19시 06분


‘베토벤의 피아노3중주용 작품 11곡 전곡을 사흘 저녁 동안 나눠서 연주.’

한 3중주단이 연주하기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프로그램이다. 하나같이 견고한 구성미와 내면의 깊이를 갖춘 실내악곡들이라 정상급 3중주단도 오랜 시간 충실하게 집중 연습을 하지 않고선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

그런데 ‘보자르 트리오’가 내한연주회에서 이를 선보인다. 31일∼4월2일 오후7시반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45년의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3중주단 답다. 많은 팬들이 좋아하는 ‘대공3중주’ 뿐 아니라 열한 곡 모두가 베토벤의 사상과 정신이 축약된 보석같은 작품들.

미국에서 주로 활동해온 보자르 트리오. 54년 창단된 현역 최고(最古)의 3중주단이며 예술적 깊이에서도 정상의 위치를 지켜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창단멤버인 피아니스트 프레슬러(76)를 제외한 두 명의 멤버는 계속 바뀌었다. 프레슬러는 지난해 6월 한국의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52)과 브라질의 첼리스트 메네시스(42)를 영입, 팀의 면모를 일신했다.

김영욱은 이번 연주에 대해 “연주가로서도 힘겨운 도전임에 틀림없다”면서도 “그러나 올해부터 내년까지 보스턴 워싱턴 뉴욕 등지에서 같은 레퍼토리로 연속공연에 들어간다”고 의욕을 밝혔다.

아트선재센터는 2백50석 규모의 아담한 연주장.양보없는 레퍼토리의 구성에서도, 연주장의 선택에서도 소수의 ‘귀밝은 관객’을 기다리는 차분함이 엿보인다.

음악평론가 이순열은 “보자르나 김영욱은 들뜨지 않고 차분하게 내면의 깊이를 추구해왔다는 점에서 닮았다. 그의 영입은 보자르의 전통을 잇는 ‘최상의 선택’이라 할 만 하다”고 말했다. 02―733―8945 (아트선재센터)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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