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쌩쌩 「스쿨존」은 「사고존」…하루 88명 사고

  • 입력 1999년 3월 29일 19시 32분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새학기를 맞은 평일 오전 8시경 스쿨존으로 지정된 서울 답십리초등학교 앞 도로. 책가방을 둘러멘 초등학교 2학년쯤 돼보이는 어린이가 등교길에 친구와 장난을 치다 도로 위에서 넘어진다. 어떤 어린이는 불쑥 횡단보도가 아닌 곳을 뛰어서 건너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차들은 이런 어린이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그대로 주행하고 있다. 위험천만한 장면이다.

스쿨존은 어린이들을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해주는 어린이 교통안전 특별보호구역을 의미한다. 보통 초등학교나 유치원 정문을 중심으로 반경 3백m 이내를 말하며 95년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어린이보호구역 지정관리에 관한 규정’에 의해 처음으로 그 개념이 도입됐다.

이 규정에 따르면 스쿨존으로 지정된 곳에는 보도와 차도를 구분하기 위해 경계턱이나 가드레일 같은 보차도 분리대가 설치돼야 한다. 또 학교앞 횡단보도 보행등의 녹색신호시간도 0.8m당 1초가 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이 발표된 지 3년반이 지났지만 초등학교 통학로 안전망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이 최근 서울과 6대 광역시 2백40개 초등학교의 안전실태를 조사한 결과 보차도분리대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전체의 42%(1백1곳)를 차지했다.

학교 정문앞에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은 곳은 37%(88곳), 아예 횡단보도조차 없는 곳도 30%(72곳)나 됐다.

학교앞 불법 주정차가 이뤄지는 곳이 86%(2백7곳)였으며 통학로상에 노상주차장이 있는 곳도 절반에 가까운 1백18곳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스쿨존 무시현상은 바로 사고로 이어진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97년 14세 이하 어린이 중 교통사고로 숨진 어린이는 7백53명, 부상자는 3만1천3백5명으로 매일 88명의 어린이가 교통사고로 죽거나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등학생 교통사고 사망자 2백13명 중 1학년생의 비율이 30%(66명)에 이른다는 점은 현재 통학로의 야만성을 단적으로 대변한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