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는 참석자들 간에 남녀평등론을 둘러싸고 다소 ‘이색적인’ 설전이 벌어졌다.
법무부가 상정한 인권법안 중 ‘국회의장과 대법원장이 (인권)위원을 추천함에 있어서는 각 여성 1인 이상이 포함되도록 하고…’라는 표현의 적절성 여부가 논쟁의 대상이 된 것.
최재욱(崔在旭) 환경부장관이 먼저“‘여성1인 이상 포함’이라는 표현은 보기에 따라 실력을 무시한 채 여성만 봐준다는 뜻이어서 남녀평등에 어긋나는 뉘앙스를 풍긴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표현을 수정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강기원(姜基遠) 여성특위위원장도 “그 의견이 타당하다”고 동조하면서 “‘위원회는 양성(兩性)으로 구성한다’라고 명기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선준영(宣晙英) 외교통상부차관은 “일본도 ‘양성’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럴 경우 현행 국내법 체계를 다 바꿔야 한다”며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반대의견을 밝혔다.
김중권(金重權) 대통령비서실장도 “우리나라의 법체계는 (양성이 아니라) 남녀로 돼있으므로 법체계를 존중해야 한다”며 ‘현실론’을 강조했다.
논란이 된 인권법안의 조항은 결국 ‘1인 이상’이라는 대목만 삭제하고 ‘여성이 포함되도록 하고…’라고 표현하는 선에서 조정됐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