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鄭晋錫)한국외국어대교수는 20여년 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고서점에서 이 두 권의 책을 구입해 보관해오다 지난달 31일 공개했다. 이 책들은 31∼34년 농촌계몽운동 참가 학생들이 사용했던 한글 및 산수교육 교재. 당시 총 2백10만부가 발행됐으나 현재 남아있는 것은 이 두 권 뿐이다.
정교수는 “그동안 이 책들이 당연히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해 공개하지 않았으나 최근 달리 남아있는 게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번에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글학자 이윤재(李允宰)가 쓴 1933년 판 ‘한글공부’는 학생계몽대가 사용했던 한글교육 교재. 문고판 크기에 총 22쪽. 한글을 모르는 사람도 3주만에 쉽게 익힐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당시의 문맹률은 80%에 달할 정도였다. 독립운동가 백남규(白南奎)가 지은 1931년판 ‘일용계수법’은 수읽기 사칙연산 단위읽는 법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각종 산수지식이 쉽게 소개돼 있다. 문고판 크기에 총18쪽.
이들 교재는 브나로드운동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받는다. 정교수는 “이 교재들을 통해 당시 동아일보가 우리 국민의 계몽운동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농촌계몽운동은 동아일보가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31∼34년 4회에 걸쳐 전개한 전국적인 규모의 문맹퇴치 및 문화운동. 매년 여름 2,3개월 동안 전국 1천2백여 지역에서 5천여명의 고등보통학교학생과 전문대생이 계몽운동에 참가했다. 그러나 일제의 탄압으로 35년 중단됐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