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시인 구상이 대본을 쓰고 이영조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이 곡을 붙였다. 15일부터 닷새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90년 구상 선생님의 연극을 보고 이거다 싶어 오페라 대본으로 만들어달라고 졸랐죠. 대본작업에 2년, 작곡에 4년, 최종손질에 또 2년. 이렇게 시간을 들이다 보니 모두 10년이나 걸렸습니다.” 오페라를 기획한 한국오페라단 박기현 단장의 회상.
시인 구상은 “황진이는 ‘실존적 확신’을 갖고 삶을 헤쳐나간 여성입니다. 음악가 이사종과의 동거를 보세요. 사르트르와 보브와르의 계약결혼과 같아요.”라며 “황진이는 국경과 시대를 넘는 만인의 연인”이라고 했다.
작품에 쏠리는 최대 관심사는 그에게 입혀낼 음악의 옷. 피아노 반주로 진행되는 연습을 들어보았다. 풍성한 선율선(旋律線)과 다채로운 반주부 음형의 매력은 귀에 비교적 쉽게 들어왔다.
작곡가 이영조는 “우리나라의 전통5음계로는 화음이 이뤄지기 힘들다. 여러곳애서 조(調)를 이름으로 사용해 짜임새를 갖췄다”고 밝혔다.
오랜 모색 끝에 무대에 올리는 작품인 만큼 홍보전략도 각별하다. 시각디자이너 한정혜가 자청해 황진이의 캐릭터를 도안했고, 서울시내 30개노선의 시내버스에 외부광고를 달았다. 공연중 로비에서는 부채 등 ‘황진이 캐릭터상품’이 전시된다.
연출을 영화감독 이장호가 맡는 점도 관심거리. “이탈리아의 대표적 오페라연출가 제피렐리도 영화감독 아닙니까. 출연자들의 동작을 섬세하게 연출해 영화를 보는 듯한 오페라를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02―587―1950(한국오페라단).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