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터지소설 전문출판사인 자음과모음의 강병철대표는 “일반 대하소설과 달리 팬터지는 아무리 권 수가 많아도 첫권이나 마지막권의 판매부수가 비슷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출판사들이 팬터지작가 잡기에 혈안이 돼 컴퓨터통신 공간을 뒤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 지금껏 팬터지작가는 컴퓨터통신을 통해 인기도를 검증받고 배출돼 왔다.
순수문학쪽도 ‘상업성’과는 별개의 측면에서 팬터지 소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환상소설이 문학의 새 지평을 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서울대 김성곤교수(영문학)는 “환상문학은 정통 리얼리즘이 득세할 때는 폄하됐지만 광기 비이성 야만의 가치가 재조명되는 포스트모던 시대에는 문학과 문화의 중심부로 부상한다”고 설명한다. 60년대 미국에서 ‘문학의 종말’을 주장했던 평론가 레슬리 피들러가 팬터지소설 SF 만화 등을 ‘중간문학’으로 받아들여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 사례.
그러나 한국의 팬터지소설이 그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비관론이 우세하다. “현실의 또 다른 얼굴로서의 환상,현실문제를 풍자하는 작가의 문제의식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컴퓨터게임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