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살의 송경아. 연세대 전산과학과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풍요의 70년대 생. 그러나 신작 ‘테러리스트’(문학과지성사)에 드러난 세계관은 한없이 어둡다.
그는 등단작 ‘청소년가출협회’(94년)이후 작품집 ‘성교가 두 인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학적 고찰 중 사례연구 부분인용’(95년) ‘책’(96년) 등을 발표했다.
컴퓨터게임을 하는 듯한 기법으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어 사이버세대의 새로운 미학적 가치관을 드러낸다는 평판과 함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비판도 함께 들었다.
신작 ‘테러리스트’에도 두 종류의 가상직업이 등장한다. 하나는 테러리스트. 지하철 성추행범을 제압하는 등 보통사람에게 쾌감을 주는 테러를 저지른 뒤 그들이 던져주는 동전을 받아 생계를 이어간다.
또 다른 하나는 서적수집인. 고금의 책 속에서 미사여구를 뽑아내 권력자들이 적재적소에 인용할 수 있도록 바치는 게 일이다.
테러리스트 민규와 서적수집인 여자 여신의 결합은 권력자에 의해 산산조각난다. 주먹을 휘두르는 테러리스트나 무력한 지식인의 표상인 서적수집인 모두 폭력사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작가의 생각을 나타낸 것.
그러나 작가는 이 모든 폭력을 넘어서는 희망을 한 가닥 남겨놓는다. 여신을 사랑하게 된 민규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교감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다.
“‘인간의 구원’을 결론으로 삼은 것은 아닙니다만 어쨌든 제 시선도 나이와 함께 변해가는 것은 아닐까요.”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