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세계]송경아 신작 「테러리스트」발표

  • 입력 1999년 4월 6일 19시 22분


“세상은 폭력입니다. 이번 소설은 폭력에 개인이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고찰한 사례연구입니다.”

스물여덟살의 송경아. 연세대 전산과학과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풍요의 70년대 생. 그러나 신작 ‘테러리스트’(문학과지성사)에 드러난 세계관은 한없이 어둡다.

그는 등단작 ‘청소년가출협회’(94년)이후 작품집 ‘성교가 두 인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학적 고찰 중 사례연구 부분인용’(95년) ‘책’(96년) 등을 발표했다.

컴퓨터게임을 하는 듯한 기법으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어 사이버세대의 새로운 미학적 가치관을 드러낸다는 평판과 함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비판도 함께 들었다.

신작 ‘테러리스트’에도 두 종류의 가상직업이 등장한다. 하나는 테러리스트. 지하철 성추행범을 제압하는 등 보통사람에게 쾌감을 주는 테러를 저지른 뒤 그들이 던져주는 동전을 받아 생계를 이어간다.

또 다른 하나는 서적수집인. 고금의 책 속에서 미사여구를 뽑아내 권력자들이 적재적소에 인용할 수 있도록 바치는 게 일이다.

테러리스트 민규와 서적수집인 여자 여신의 결합은 권력자에 의해 산산조각난다. 주먹을 휘두르는 테러리스트나 무력한 지식인의 표상인 서적수집인 모두 폭력사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작가의 생각을 나타낸 것.

그러나 작가는 이 모든 폭력을 넘어서는 희망을 한 가닥 남겨놓는다. 여신을 사랑하게 된 민규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교감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다.

“‘인간의 구원’을 결론으로 삼은 것은 아닙니다만 어쨌든 제 시선도 나이와 함께 변해가는 것은 아닐까요.”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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