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기자 승마 체험기]『말타면 허리가 곧게 퍼져요』

  • 입력 1999년 4월 7일 18시 59분


봄이 되면 말도 기지개를 켠다. 봄빛깔이 점점 짙어가는 47번 국도를 따라 경기 포천으로 접어 들었다. 일동면으로 가다 보면 베어스타운 리조트를 지나 14㎞ 지점에 운악승마클럽(포천군 화현면·0357―536―0007)이 있다. 이곳은 월 회비 30만원(여성 20만원)의 회원제 승마클럽.

생전 처음 말 고삐를 잡았다. 9살박이 호주산 숫말 ‘삼장’이었다. 이렇게 커다란 근육질의 생명체를 가까이서 마주하기는 농구선수 서장훈 이후 처음이다.

조교의 지시에 따라 말의 왼쪽 앞발 앞에 섰다. 왼손으로 고삐와 갈기를 함께 움켜잡은 뒤 등자에 발 끝 3분의 1 정도를 걸었다. “깊숙히 걸면 올라탈 때 발끝으로 말의 겨드랑이를 차서 말이 놀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오른손으로 후교(안장 뒷부분)를 잡고 뛰어 올라 안장에 앉았다.

의자에 앉듯 털썩 앉으려니 순간 몸이 앞으로 쏠렸다. 겨우 중심을 잡자 등뼈가 똑바로 펴지는 느낌이다. “승마를 하면 바른 자세를 갖게 되고 내장의 운동도 활발해져 건강해진다”는 이 클럽 최국현이사의 설명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고삐는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게 배꼽 높이로, 새끼손가락을 뺀 네손가락으로 가볍게 잡는 게 요령이다. 발 뒤꿈치로 박차를 가했다. 가장 느리게 겆는 ‘평보’가 시작됐다.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말등으로 전해오는 가벼운 충격에 엉덩이가 안장에서 통통 튀었다. 영화 ‘가을의 전설’의 브래드 피트처럼 우아하게 보이려 했지만 허사.

“워어이.” 조교가 삼장에서 또 다른 신호를 보냈다. 조깅하는 정도의 ‘속보’다. 말의 걸음박자 맞추기는 포기하고 낙마만 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그러기를 30분. 조교가 말에서 내려줬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배가 당겨왔다. 승마가 왜 운동인지를 깨달았다. “브래드 피트처럼 타려면 몇시간 타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조교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5백시간.”

〈포천〓나성엽기자〉news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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