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P횡포에 쫓겨난 한국영화…직배영화 상영 요구

  • 입력 1999년 4월 7일 19시 50분


성수기를 앞두고 늘 문제가 되던 직배사의 횡포가 또 시작됐다.

지난달 27일 서울시내 19개 극장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내 마음의 풍금’. 지금까지 서울에서 10만명가량의 관객을 불러모으며 그럭저럭 선전(善戰)한 편. 그러나 최근 직배사에 밀려 극장에서 쫓겨나는 설움을 당했다.

동숭시네마텍(서울 종로구 혜화동)등 무려 9곳의 극장에서 서둘러 간판을 내려야 했고 씨티극장(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는 50석짜리 소극장으로 ‘쫓겨’났다.

‘내 마음…’의 간판을 내린 극장에는 직배사인 UIP의 ‘패치 아담스’, 브에나비스타의 ‘사랑하고 싶은 그녀’가 걸렸다.

‘내 마음…’을 종영한 극장측도 고충을 토로한다. 한 극장 관계자는 “지금 직배사의 영화를 받지 않으면 ‘더머미’ 등 여름 대작 영화를 주지 않겠다고 해 어쩔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여름 흥행대작을 미끼로 ‘자잘한’영화들을 극장에 떠넘기는 직배사의 ‘끼워팔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올해에는 한국영화에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내 마음…’의 제작사인 아트힐측은 “흥행이 부진한 외화들도 많은데 유독 한국영화를 떼어내는 이유가 무엇인가”고 묻는다.

‘쉬리’로 스크린쿼터(한국영화의무상영일수)의 상당일수를 채운 극장들이 한국영화를 ‘우선 제외’대상으로 삼는 이같은 관행이 지속된다면 ‘내 마음…’ 이후의 한국영화들에도 커다란 피해를 끼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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