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삶이 한계에 부딪쳤다고 생각했던 소설가와 스님의 구도여행이 신앙인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소설가 이승우(93년 제1회 대산문학상 수상)는 39살에 자기 삶의 정신적 원천으로 생각하던 이스라엘로 떠났다. 가나안에서 출발해 예루살렘과 유대광야, 요단강과 나사렛, 갈릴리와 사해(死海)를 지나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마지막 길을 걸었던 비아 돌로로사에 이르기까지…. 성서를 나침반 삼아 ‘내면의 눈’으로 떠났던 성지순례. 사막의 모래바람을 맞으며 2천년 전 예수가 걸었던 길을 더듬었다.
머릿 속의 지식으로만 간직해왔던 성경과 그 무대인 이스라엘이 현실체험으로 다가왔다. “여행을 하는데 지도가 필요하듯 인생의 길에도 지도가 필요합니다. 성지순례는 궁핍한 상상력을 채워주는 ‘샘물’이자 ‘영혼의 지도’였습니다.”
여행은 불교계에서도 오랜 수행 전통. 미국 워싱턴 법주사 회주인 제원(濟願·서울 길음종합사회복지관장)스님은 자신의 특별한 ‘만행(萬行)’을 소개한다. 젊은 시절 한 도반(道伴)과 함께 티벳 일본 홍콩을 돌며 구도여행을 하던 그는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준엄하고 냉정한 ‘게임의 법칙’을 체험하고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따려고 하면 오히려 잃었다. 게임에서도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것이 기초였다. “어떤 일을 하든 ‘공(空)’의 마음 상태가 됐을 때 ‘대자유(大自由)’의 경지에 이를 수 있지요.”
이승우와 제원스님의 구도 여행은 각각 산문집 ‘내 영혼의 지도’(살림 펴냄)와 소설 ‘엔트런스’(비해피 펴냄)로 최근 출간됐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