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석화를 ‘모노드라마의 여제(女帝)’로 올려놓은 92년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그가 불러재낀 ‘어디에서 왔을까’의 한토막.
‘노래할 수 있는 여배우를 위한 노래가 있는 다섯 대목의 연극’이라는 긴 부제가 딸린 이 작품(아놀드 웨스커 원작)은 당시 연기는 물론, ‘노래도 되는’ 윤석화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평을 받았다. 공연시작 전 관객들이 2∼3시간씩 장사진을 치기도 했다.
윤석화(45)의 이 출세작이 95년에 이어 4년만에 다시 무대에 올려진다. 박정자 주연의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에 이어 극단 산울림(대표 임영웅)이 9일부터 마련하는 창단 30주년 기념 명무대 시리즈 2탄이다.
연극 속의 윤석화는 35살의 ‘2류’재즈가수 멜라니다. 원치않는 임신으로 가진 열한살짜리 딸보다는 가수로서의 커리어와 자아실현에 더 신경쓰는 ‘철없는 엄마’다. 딸아이가 가슴이 부풀어와 아프다고 떼를 쓰면서 멜라니는 차츰 모성에 눈을 뜬다. 그리고 여자로서 인생을 시작하는 딸에게 그가 얻은 삶의 지혜를 편지로, 노래로 들려준다.
결혼 후 그토록 바라온 2세 소식이 아직 없는지라 딸에 대한 열망은 무대 밖에서 더 애틋할텐데, 윤석화는 뜻밖의 말을 했다.
“신이 저에게 연기라는 재능을 주셨으니 이전처럼 집착하지는 않아요. 물론 아기를 주신다면 감사하고….”
서울 서교동 산울림소극장에서 7월4일까지. 화목 오후7시반, 수 3시 7시반, 금토 4시 7시반, 일 3시(월 공연쉼). 02―334―5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