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윤기(52·미시간주립대 객원교수). 불혹 고개는 벌써 넘었지만 아직도 궁금한 세상일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태산같다. 91년 마흔넷에 “공부 좀 더 해야겠다”며 솔가해서 미국땅을 밟았다. 그때 이미 번역한 책이 1백50여권. 미국에서 그는 영어를 다시 공부했다.
그가 산문집 ‘어른의 학교’(민음사)를 펴냈다. 수록된 32편의 글은 여러해에 걸쳐 이곳저곳에 발표한 것. 그러나 글을 꿰는 주제는 한가닥이다.
“평생 배운다는 자세를 좀 갖자는 겁니다. 한국에서는 제 나이 정도 되면 뭔가 좀 이뤘다는 사람들도 안주하려 들잖아요. 미국사람들은 ‘나이많은 대학원생이 얼마나 많은가를 보면 그 나라의 되어가는 꼴을 알 수 있다’고들 하더군요.”
그러면 ‘어른의 학교’는 어디인가.
“우리 사는 데가 다 학교이며 모든 사람에게서 다 배울 바가 있습니다.” ‘뭘 한다면 이 정도 신명은 바쳐야 한다’는 가르침을 준 고수(鼓手)친구 얘기. 10년 넘어 써도 말짱한 탱자나무 북채를 한해 스무개나 부러뜨린다는 친구의 설명은 이랬다.
“탱자나무 북채…사람의 기(氣)가 실리면 그거 별것 아니다. 소리꾼의 박(拍)과 박 사이를 머리카락 올 째는 듯이 치고 들어가면서 북통을 따악…하고 치면, 탱자나무 북채도 뚜욱뚜욱 하염없이 부러진다.”
‘저금하는 놈과 공부하는 놈에게는 못 당한다’는 옛말을 그는 믿어왔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등단 22년만인 98년 작가는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촉망받는 늙은 신인’으로 화려하게 떠올랐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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