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노베르토 엘리아스「모차르트」

  • 입력 1999년 4월 9일 19시 54분


최고의 천재 음악가로 꼽히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 그는 ‘타고난’ 천재일까, 아니면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천재일까?

그동안의 모차르트 전기들이 그를 ‘타고난’ 천재로 보고 천재성을 미화시키기에 급급했던 것과 달리 독일 사회학의 거장 노베르토 엘리아스(1897∼1990)의 ‘모차르트’(박미애 역)는 한 천재음악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사회학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모차르트는 당시 사회와의 끊임없는 갈등을 통해 ‘만들어지고 완성된’ 천재라는 게 엘리아스의 통찰.저자는 풍부한 일화와 편지들을 통해 그가 화석처럼 경직된 기존의 관습과 형식을 파괴하고 창의적 열정을 관철시켜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당시 음악가는 과자제조공이나 요리사, 시종처럼 궁정(宮廷)에서 일하는 낮은 신분이었다. 궁정 귀족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해야 했다. 모차르트는 비록 궁정 귀족의 취향에 동화되기는 했으나 그들의 비하에 심한 모멸감과 분노를 느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싸웠으나 결론은 패배였다.

파리 궁정 사회에서 실패한 그는 고향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돌아온다. 그러나 여기서도 자신을 하인 취급하는 대주교의 태도에 격분, 아버지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1781년 ‘자유예술가’가 되기 위해 빈으로 떠난다.

그는 빈 청중의 호응과 상류사회의 음악적 여론에 온 희망을 걸었다. 처음 그는 빈 청중의 취향에 맞는 팀파니와 트럼펫 합주의 F장조 협주곡(KV459)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곧 내면의 요구에 충실해 극적인 정열로 가득찬 D단조 피아노협주곡을 작곡한다. 이 곡은 귀족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결국 그는 이들로부터 외면당해 정신적 물질적 어려움을 겪게 된다.

모차르트가 당시 지배층에 저항해 ‘갈등의 불꽃’을 피우지 않고, 다른 궁정 음악가들처럼 생계를 위해 이들과 타협하고 궁정 음악의 전통에 묶여 창작활동을 했다면 ‘돈 조반니’ ‘피가로의 결혼’ 등 불후의 명작들을 남길 수 없었을 것이라고 엘리아스는 말한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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