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의 ‘4월’은 바야흐로 4월을 맞이하는 여심(女心)을, 꽃의 향기만큼이나 아름다운 슬픔으로 표현했다.
아름다운 슬픔인 것은, 꽃은 화려하지만 그 화려함 속에 낙화의 덧없음을 예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의 허망함이 꽃의 개화(開花)에 내포된 것이다.
그림 속의 꽃, 나비, 여인 등이 몽환적인 까닭도 영원한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도달할 수 없는 꿈을 환상적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화려한 꽃다발을 관(冠)처럼 치장한 여인이지만 요기를 띤 그녀의 눈망울이 오히려 아픈 슬픔을 가득 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의 실존 역시 이렇듯 꽃처럼 아름답고 슬프다. 천경자의 그림이 사색의 공간으로 우리를 이끄는 까닭이다. ‘질주하는 속도들을 가로질러 노랑나비 한 마리…/꿈같은 봄햇살 바깥으로 나온…’(‘차 속에서의 사색’)이라며 삶의 완급을 발견하는 황지우의 사색이 그림에 엿보인다.
조용훈(청주교대 국어교육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