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영덕 강구항]동해서 펼쳐지는「대게의 향연」

  • 입력 1999년 4월 14일 19시 50분


모두가 거품이었다. 강구항(경북 영덕군)의 진입로를 메우던 자동차 물결도, 바닷가 횟집을 찾던 관광인파도. MBC TV의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가 종영(98년4월26일)되자 이들은 한꺼번에 사라졌다.

영덕대게의 집하장인 강구항. 한때의 들썩거림은 이제 ‘흘러간 노래’가 되었다. 그러나 되찾은 것도 있다. 동해 쪽빛바다와 잘 어울리는 강구항의 옛 모습이다.

지난 2일 오전 9시. 독도 동쪽 48마일 해상의 한일공동어로수역으로 대게잡이를 나갔던 청경호(46t)가 강구항과 같은 영덕대게 집하장인 축산항(축산면)에 돌아왔다. 출어 나흘만이었다. 돌풍예보가 내려진 동해의 비바람과 3∼4m 높이의 파도를 헤치고 20시간의 밤샘 항해 끝에 이 아침 축산항에 배를 댄 것이다.

“한 3백마리 잡았는데 큰 놈은 없네요.” 선장 박상욱씨(47·영덕군 강구면 강구3리)의 말. 경매가는 대게 중간 것이 1만5천원, 큰 것(1㎏)은 6만5천원선. 한일어업협정으로 인한 어로제한으로 대게 어획량이 70%가량 줄어 가격이 올랐다. 그렇지만 수요가 줄어 오름폭은 30%정도.

“드라마가 방영중일 때처럼 관광객이 몰리면 대게 값이 배로 뛰었을 겁니다.” 유통회사 ‘영덕대게 협동조합’을 통해 산 채로 서울에 공급하는 이곳 출신 남효수사장(38)의 말이다.

대나무처럼 마디진 다리를 가졌다해 붙여진 대(竹)게. 10여년전까지만해도 영덕 앞바다에서도 많이 잡혔지만 남획탓에 이제는 독도 바깥까지 나가야 한다.

그러나 큰 놈이 잡히는 황금어장은 최근 어로가 제한된 일본쪽 바다. 대게의 서식지는 수심 2백∼8백m의 맑고 깊은 바다. 강구항과 축산항 횟집의 수족관에는 이곳에서 잡혀온 산 대게가 긴 다리를 접고 세상구경을 하고 있다.

〈영덕〓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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