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대게의 집하장인 강구항. 한때의 들썩거림은 이제 ‘흘러간 노래’가 되었다. 그러나 되찾은 것도 있다. 동해 쪽빛바다와 잘 어울리는 강구항의 옛 모습이다.
지난 2일 오전 9시. 독도 동쪽 48마일 해상의 한일공동어로수역으로 대게잡이를 나갔던 청경호(46t)가 강구항과 같은 영덕대게 집하장인 축산항(축산면)에 돌아왔다. 출어 나흘만이었다. 돌풍예보가 내려진 동해의 비바람과 3∼4m 높이의 파도를 헤치고 20시간의 밤샘 항해 끝에 이 아침 축산항에 배를 댄 것이다.
“한 3백마리 잡았는데 큰 놈은 없네요.” 선장 박상욱씨(47·영덕군 강구면 강구3리)의 말. 경매가는 대게 중간 것이 1만5천원, 큰 것(1㎏)은 6만5천원선. 한일어업협정으로 인한 어로제한으로 대게 어획량이 70%가량 줄어 가격이 올랐다. 그렇지만 수요가 줄어 오름폭은 30%정도.
“드라마가 방영중일 때처럼 관광객이 몰리면 대게 값이 배로 뛰었을 겁니다.” 유통회사 ‘영덕대게 협동조합’을 통해 산 채로 서울에 공급하는 이곳 출신 남효수사장(38)의 말이다.
대나무처럼 마디진 다리를 가졌다해 붙여진 대(竹)게. 10여년전까지만해도 영덕 앞바다에서도 많이 잡혔지만 남획탓에 이제는 독도 바깥까지 나가야 한다.
그러나 큰 놈이 잡히는 황금어장은 최근 어로가 제한된 일본쪽 바다. 대게의 서식지는 수심 2백∼8백m의 맑고 깊은 바다. 강구항과 축산항 횟집의 수족관에는 이곳에서 잡혀온 산 대게가 긴 다리를 접고 세상구경을 하고 있다.
〈영덕〓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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