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오페라 황진이]섬세한 관현악 작품맛 살려

  • 입력 1999년 4월 14일 19시 50분


오페라 ‘황진이’ 전곡을 감싸는 주제는 ‘삶에 대한 연민’이었다.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한국오페라단의 ‘황진이’ 무대 리허설.

명기(名技)로서 화려한 생활을 해도, 숱한 재사(才士)들과의 교유(交遊)을 나눠도 삶의 충족감을 찾을 수 없던 황진이는 금강산을 방랑한다. 세월은 지나 황진이도 죽고 그의 무덤 앞에 임백호가 바치는 아리아 ‘청초 우거진 골에 자는가 누웠는가’로 고요히 전곡(全曲)은 막을 내린다.

이 작품의 여운이 가슴에 뚜렷이 남는 이유는 현악을 위주로 표정을 섬세하게 바꿔가는 관현악 때문. 관현악은 대본이 담은 도교적 허무의식도 깊이 뒷받침해주었다.

3막 지족선사(知足禪師)의 파계장면과 4막의 금강산 유랑장면에서 폭풍처럼 쏟아지는 관현악은 자칫 고요하게만 흐를 수 있는 작품에 변화를 주었다.

그러나 10여곡에 달하는 황진이의 시조 아리아들이 모두 고요하게만 흐른 것은 흠으로 느껴졌다. 삶을 개척해가는 주인공의 의지가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은 것. 선율을 마무리할 때 같은 음형(증4도)이 자주 반복되는 점도 곡의 표정을 건조하게 만들었다.

무대에 오른 출연진 중에서는 화담 역의 테너 임산이 시원한 음색과 풍부한 성량으로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김영미 신주련 등 황진이역의 두 명은 가사 전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무대효과에서는 여러 가지 신선한 아이디어가 눈에 띄었다. 지족선사의 파계 장면에서 승려들이 높이 쳐든 바라로 배경을 장식한 것은 효과적인 조명과 함께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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