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소설집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창작과 비평사)를 펴낸 작가 은희경(40).
데뷔 후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세상과 불화를 일으켜야 하는 ‘소설가로서의 나’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일상적인 윤리의식’ 사이의 마찰이 버겁다고 말한다. 최근 받은 어느 독자의 항의전화. “결혼해서 아이 낳고 잘 사는 사람이 왜 그렇게 독신인 척하며 세상일에 냉소를 퍼붓느냐. 나만 속았다.”
“진지하게 규격에 맞춰 살다가 서른여섯에 유턴해 소설가로서 다른 삶을 살기 시작했어요. 무겁게 살아봤기 때문에 그 반발처럼 소설은 가볍게 쓰게 됩니다.”
애써 가벼움을 추구하는 이유를 묻자 답은 이랬다.
“엄숙 진지 끝장을 보려는 태도가 줄어든다면 훨씬 더 포용력있는 사회가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제 방식의 휴머니즘이에요.”
96년 데뷔 후 이상문학상 등을 차례로 거머쥐었고 내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러나 팬이 늘 듯 혐오하는 독자도 늘었다. 그의 주특기인 냉소 위악(僞惡)의 포즈는 ‘진지하지 못하다’고 비난받고 ‘통속작가’라는 평가도 내려진다. 그러나 그는 욕 먹는 일에 비교적 의연하다.
“제 소설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소설을 씁니다. 진지하고 무거운 사람들이 제 소설을 많이 읽었으면 합니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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