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세 안토니오 파파노, 英 로열 오페라「지휘봉」잡아

세계 지휘계가 안토니오 파파노(39) 때문에 후끈 달아올랐다. 지휘자로서는 ‘솜털이 보송보송한’ 나이인 그가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의 지휘봉을 거머쥐고 독일 바이로이트 바그너축제의 개막공연을 지휘하게 된 것.

30대에 세계 주요 음악무대의 요직을 점령한 지휘자는 예외없이 다음세대를 이끌어갈 거장으로 확고한 위치를 보장받아왔다. 베르나르트 하이팅크(로열 콘서트헤보 교향악단, 32세) 클라우디오 아바도(라 스칼라 오페라, 36세) 정명훈(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36세)…. 특히 파파노는 ‘천재’가 아니라 조용히 자신의 예술세계를 연마해온 ‘모범생’이었기에 그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더욱 뜨겁다.

로열 오페라는 영국을 대표하는 오페라극장. 이탈리아계 영국인인 파파노의 임명은 지난달 24일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임기 개시는 2002년.

현 상임지휘자 하이팅크는 “파파노라면 다음 세기에도 로열 오페라의 위상을 세계 최고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표시했다.바이로이트 축제 개막공연은 123년 전통의 유럽 최대 음악극 축제. 개막공연은 특히 독일 대통령을 비롯, 각국의 문화사절이 참석하는 유럽 최대의 문화이벤트로 꼽힌다.

파파노는 96년부터 영국 EMI사에서 베르디 ‘돈카를로’, 푸치니 ‘라보엠’ ‘3부작’ 등 주목받는 오페라 전곡음반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음반을 통해 듣는 그의 음악은 오페라에 적합한 여러 장점을 보여준다. 현의 매끈한 합주력을 이끌어내 가수의 멜로디와 정밀하게 일치시킨다. 당기고 늦추는 감정기복(起伏)의 설계에도 능하다. 신예테너 알라냐의 주목받는 음반들 뒤편에는 파파노의 정밀한 지휘가 있었다.

현 직함은 벨기에 브뤼셀 왕립오페라극장 상임지휘자. 이스라엘 필하모니 관현악단의 수석객원지휘자도 겸하고 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