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및 자녀대화 컨설턴트 이민정씨는 “상대방에게 ‘퍼부으면’ 당장 시원할 지 모르나 결코 서로에게 도움이 안된다”면서 “내가 먼저 변해야 상대도 변한다”고 말한다. 독일의 부부문제 저널리스트 우테 요르크도 최근 번역출간된 ‘넌 날 미치게 해!’(산성미디어)에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면서 역시 ‘나부터 변화’를 강조. 두 사람이 권하는 상황별 대화요령을 알아본다.
▽김정현씨(36·주부)의 경우〓딸(4)의 머리를 빗어주고 있는데 아들(1)이 보행기를 탄 채 목욕탕으로 들어가려 하자 신문을 보던 남편이 소리쳤다. “애 똑바로 봐. 다치면 어쩔려고.”
△“그러는 당신은 뭐해요. 그렇게 잘 보면 당신이 봐요” 하기 쉽다. 대신 이렇게 해보자. “그러세요.”(인정하기) “걱정돼 그러시는 거죠.”(존중하기) “그러나 큰 소리로 ‘애 똑바로 보라’고 말할 때(과장없이 그대로 표현하기) 무시당한 것 같아 기운이 빠졌어요(느낌 얘기하기).” “바쁠 땐 좀 도와주시면 좋겠어요(소망 얘기하기).”
▽황은기씨(34·회사원)의 경우〓동창집에서 아내와 저녁을 먹는데 우거지탕이 일품이다. “와, 맛있다. 당신도 배워서 해봐.” “그래요. 음식솜씨가 없어서 난 못해요.”
△정말로 ‘얻어’ 먹고 싶다면 집으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말해도 충분하다. “당신, 애 둘이랑 힘들 텐데 부탁 하나 해도 될까.” “뭔데요?” “아까 그 우거지탕, 집에서 한번 먹고 싶다고 생각했어.”(아내가 승낙하면 ‘고맙다’는 말을 잊지 말자. 그래야 음식 만들 때 아내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
▽한네스씨(27·판매사원)의 경우〓아내는 외출직전 옷으로 가득찬 옷장 앞에서 입을 옷이 없다고 투덜댄다. “검정색 옷 입어. 당신 꽤 멋져 보이더라.” “맨날 똑같은 옷을 입을 수는 없잖아요.” “푸른 바지정장도 근사하던데.” “그럼 다른 옷을 입으면 촌스럽다 이거예요?”
△아내는 “새 옷이 필요하다”는 뜻. 따라서 대답은 “그래. 당신 옷 한벌 사 입어”. 형편이 안될 땐 “그래. 마음에 드는 옷 한벌 사고 싶어하는 당신 마음 이해해. 하지만 지금은 우리한테 여유가 없잖아. 여유가 생기면 당신 옷 한벌 사자. 응?”
▽하이케씨(32·주부)의 경우〓운전석에 앉기 무섭게 남편은 ‘시작’했다. “조심해, 왼쪽 차선에 차가 와. 잘 봐, 앞차와 간격이 너무 좁잖아.”
△운전은 남자가 우월성을 ‘증명’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영역. 원한다면 남편에게 차를 몰게 하라. 남편의 기분을 맞춰주고 운전태도를 칭찬해준다. 어느 순간 남편이 운전대를 넘겨주겠다고 하면 부드럽지만 분명한 어조로 말한다. “운전하는 동안 세번 이상 트집잡으면 다음 휴게소에서 운전대를 인계하겠다”고.
〈김진경기자〉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