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숭동 극장주 『문예진흥기금을 내라니 웬말?』

  • 입력 1999년 4월 20일 19시 29분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서 대중가요 공연장 라이브 극장을 운영하는 이종현씨는 문예진흥기금 미납분 1천여만원을 ‘일부러’ 내지 않고 있다.

이미 독촉장을 세차례나 받았다. 그런데도 그는 문예진흥원이 하루 빨리 고발이나 과태료 부과조치를 내리기만 기다리며 버티는 중이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위헌 소송을 내기 위해서다. 문예진흥기금의 위헌여부에 대해 헌법 재판소에 심판을 청구하려면 해당 법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 독촉장만으로는 요건이 되지 않는다.

이씨는 지난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판결을 받은 교통안전부담금에서 힌트를 얻어 문예진흥기금의 위헌을 따질 결심을 했다. 헌법재판소는 “공공기금은 분담 비율과 징수방법 등을 법률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며 교통안전부담금은 이같은 사항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씨는 준조세에 해당하는 문예진흥기금도 교통안전분담금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문예진흥기금의 징수 근거도 문화예술진흥법이 아닌 시행령 제34조에 있다는 것. 34조는 “모금대상 시설별로 관람자 또는 이용자에 대하여 모금하는 금액은 진흥원장이 별표 1의 기준에 의하여 문화체육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정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대해 문예진흥원측은 진흥법 19조에 근거한다고 의견을 달리해 이씨와 법정 싸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9조는 “문화체육부장관의 승인을 얻어…모금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문예진흥기금의 강제적 납부는 이씨를 비롯한 공연기획자들이 가장 억울해 하는 ‘조세’로 여긴다.

이씨도 “96년부터 5천여만원의 기금을 냈다”며 “지난해 불경기로 소극장을 폐관할 지경인데도 계속내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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