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 못받는 임시직]고용―복지 불평등 심각

  • 입력 1999년 4월 20일 19시 48분


서울 A백화점에서 파트타이머로 일하고 있는 L씨(36·여·서울 은평구 녹번동)는 저녁이면 녹초가 돼 집으로 돌아간다. 식품매장에서 물품정리를 맡고 있는 L씨는 하루 10시간씩 일한다. 점심시간에 백화점측이 제공하는 간단한 식사를 마친 뒤에야 잠깐동안 ‘꿀맛휴식’을 맛볼 수 있을 뿐이다. L씨는 “게으르게 보이면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기 때문에 눈치 보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L씨의 임금은 시간당 4천원꼴로 한달에 70만원 안팎. 백화점의 정식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일하는 도중 사고를 당해도 산재보험이나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실업자가 증가하고 기업마다 파트타이머 고용을 늘리는 추세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장치’는 거의 마련되지 않은 상태. 심지어 국내 파트타이머 수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통계도 없다. 통계청의 임시·일용직 통계만 있을 뿐이다.

기업에서 파트타이머로 일하는 근로자는 96년 1백30만명에서 현재 3백만명 가량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은 파트타이머 등 임시직 근로자의 비율을 현재 23.7%에서 향후 38.0%까지 늘리겠다고 응답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노동비용이 적은 파트타이머를 선호하게 마련.

파트타이머의 법률용어는 단시간근로자. 기준근로시간이 주당 44시간 미만인 사람이 해당된다. 이들은 일반직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보수나 고용, 복지 등에서 근로시간과 비례해 보호를 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노동연구원 김소영(金素英)박사는 “97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파트타이머가 고용이나 복지에 있어 일반직 근로자와 같은 보호를 받도록 규정했지만 한국적인 현실에서는 파트타이어〓계약직으로 인식됨으로써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주당 44시간 미만 일하려면 하루 7시간 이상 일하면 안되지만 상당수 업체는 파트타이머에게 하루 10시간 이상의 노동을 강요하는 실정.

선진 외국의 경우 3D직종에서부터 고소득 변호사에 이르기까지 파트타이머제가 정착돼 있지만 일반직과 보수나 복지에서 차이가 없다. 파트타이머 고용 자체가 사회적 불안요인이라는 인식 때문에 끊임없이 사회적 관심을 기울인다.

김소영박사는 “파트타이머는 낮은 임금과 고용불안 등 심한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면서 “정부는 고용을 늘리기 위해 파트타이머제를 촉진하는 동시에 사회보험 확대와 근로자 보호를 명문화해 제도를 올바르게 정착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훈기자〉hun3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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